알라딘서재

김희정님의 서재
  •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프레드릭 배크만
  • 15,120원 (10%840)
  • 2017-06-28
  • : 3,900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프레드릭 배크만
AND EVERY MORNING THE WAY HOME GETS LONGER AND LONGER
+ 스포일러 약간 있을 유.

개인적으로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팬이다.
데뷔작인 <오베라는 남자>부터 시작해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와 <브릿마리 여기있다>까지 너무 감명 깊게 읽었다. 사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으면서(이번 책 포함) 안 울었던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작가의 책이 왜 그렇게 좋은가 하고 생각했더니 작가 특유의 인간애와 부드럽고 따뜻한 문체가 좋았다.
가족 사이의 애정이나 이웃들간의 어우러지며 살아가는 애정 등으로 사람 사이의 사랑을 주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래서 이번에 신간이 나왔다는 사실에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서평단 활동 덕에 운 좋게도 정식 판매 되기 전에 받아서 읽어볼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았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제목 그대로이다.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늙은 할아버지와 그런 그가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 않는, 하늘도 다 담지 못할 만큼 사랑하는 손자 노아와 작별을 연습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할아버지는 손자 노아를 너무 좋아해서 노아노아라고 두 번 반복해서 부른다.
할아버지는 아들 테드보다 노아와 더 많이 닮았다.
할아버지는 수학을 좋아하고 노아도 수학을 좋아하지만 테드는 문학을 좋아하고 기타를 좋아한다.
그들이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길을 잃었을 때 수학만 안다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할아버지는 테드에게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노아에게 해주었다.

할아버지의 머릿 속에는 광장이 있고 한 세상이 있다.
노아는 그곳을 갈 수 있다. 할머니는 그곳에서 할아버지가 길을 잃었을 때 쉽게 집을 찾을 수 있는 지름길의 존재이다. 할머니가 있어야 할아버지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할머니는 작별 인사를 싫어했다. 할머니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몸보다 머리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할아버지는 노아에게 자신이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설명해주려고 노력한다. 작별을 잘 할 수 있도록 둘은 연습해나간다. 할아버지의 세상에는 벤치가 있는데 거기에 둘이 자주 앉아 있는다. 노아의 발이 땅에 닿을 때쯤 할아버지는 우주로 떠날 것이라고 말한다.
노아는 발이 땅에 닿을만큼 자라서 선생님이 되었고 할아버지는 우주로 떠났다. 노아의 딸은 노아보다 노아의 아빠를 닮았지만 노아는 좋은 아빠, 좋은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이 작가의 책 속 인물들의 대사를 보면서 나는 로맨틱하다고 느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대화도 그렇고 노아와의 대화에서도 그렇다. 로맨틱하다는 것이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인간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 할 때도 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어른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가 마음 속으로 꿈꾸고 바라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책 속 인물들이 보여주기 때문에 유독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면 좋을지, 어떻게 늙어가면 좋을지를 알 수 있는 지침서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작가의 책 중 가장 짧은 단편적인 이야기이지만 긴 장편 못지 않은 충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할아버지와 그를 너무나도 닮은 손자, 그래서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서로 하루하루 이별해가는 이야기 속에서 이별은 슬프지만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책은 곳곳에 그림이 있고 한 페이지 안에서도 위 아래로 공백이 크게 있다. 그래서인지 약간 동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더 책은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요즘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그 프로그램의 내용 중에서 오늘 이 책을 읽고 난 후 서평을 쓰는 동안 생각난 말이 있다. 어떤 책이 좋은 데에 이유는 크게 없는 것 같다. 그냥 내 마음 속에서 울림이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이다. 그게 어떤 부분인지 설명해보려고 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 언젠가 이 작가의 책이 왜 좋은지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나도 아마 우주로 떠날 즈음이 아닐까.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