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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님의 서재
  • 코뿔소를 보여주마
  • 조완선
  • 6,660원 (10%370)
  • 2017-04-18
  • : 338
코뿔소를 보여주마 - 약간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평소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이 책의 소개글을 보고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나라가 우리를 죽였다!'는 강렬한 문구로 소개되는 이 책은 1986년 샛별회 사건이 중심이 되어 현재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전개해나가는 소설이다.

7-80년대는 강한 독재 정권 아래에서 말만 자유민주주의국가였지, 사실은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국가는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들였고 고문했고 없는 사실을 진실로 만들었다.
그런 것들이 자행되던 시대였고 묵인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 속에서 희생 당한 사람들이 이 소설 속의 샛별회 사건의 피의자들이다.
그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그저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유토피아를 막연히 꿈꾸던 사람들일 뿐이었다.
아주 작은 불씨 하나로 국가에 대항하는 반역자가 되는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었고 결말은 그들의 죽음이었다.
소설은 그로부터 약 20년 후, 의문의 살인사건을 이야기해나간다. 그 살인사건을 파헤칠수록 그 중심에는 샛별회 사건이 있음이 드러나게 된다.
소설에서는 이 정도의 내용을 다루며 그 살인사건과 샛별회 사건, 더 나아가 그 시절 자행되던 수많은 다른 이름의 샛별회 사건을 연계지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은 경찰이 초기에 너무 조심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건의 내용상 비밀 수사를 지키라며 엄격하게 조치를 내렸는데 아무리 잘못 인쇄된 종이라고 해도 수사와 관련된 종이를 파쇄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종이를 가져갈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겠지만 나였다면 좀 더 꼼꼼하게 처리했을 것이다. 물론 파쇄한 종이일지라도 맞춰내는 기적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점 외에도 경찰이 다소 무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평소 셜록 등 탁월한 추리력을 가진 천재 탐정 이야기를 자주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살인사건을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 범인들이 주는 단서에서도 쉽사리 지나치면 안 되는 부분일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쉽게 넘어가는 등장인물의 모습에도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다.
사실 추리해나가는 과정에서의 맛이 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그런 걸 잘 못하는 나도 어느 정도 쉽게 파악할 만한 이야기 전개였다.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그런 부분에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라는 거대 기관이 삼켜버린 개인의 삶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국가라는 이름으로 개인에게 자행된 수많은 폭력들이 정당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국가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국가가 무서워해야 할 존재는 국민인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이 떨어질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말이 많은 생각이 들게 했는데 현재 시국도 소설 속 그 시절과 다를 것이 하나 없다는 말에서 많은 공감을 했다. 물론 그 때와 완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진실이 가려져 있는 일들이 많이 있다. 잠시나마 잊고 있던 사실을 다시 복기시켜준 책이어서 고마웠다. 잊지 말아야지. '침묵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고 했으니까. 믿어봐야겠다 그 말을. 요즘 내가 느끼기에 먼저 간 사람들이 남기고 간 말에는 다 뜻이 있고 틀린 말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침묵 당하는 모든 진실은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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