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일자 샌드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이 문구에 끌려 읽어보게 된 책이었다.
스스로 남들보다 민감한 편이라고 느끼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늘 예민하다는 소리를 달고 사는 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이 아닌 이런 류의 책은 나에겐 읽기 힘든 책이다.
일장연설을 늘어놓듯 분석하고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이런 책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편이다.
말로는 누가 못 해, 그걸 실행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힘들어하는건데!
이런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함이라는 주제에 다룬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오면 혼자서 메모를 해두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그런 구절이 너무 많아서 일일히 메모를 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나는 공감하고 있었고 민감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 받았다.
이 책은 첫 소개에서 언급했듯 민감한 사람들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에 대한 작가의 분석과 행동지침 같은 것을 담고있다.
나 또한 자존감이 매우 낮다. 그러나 책에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감이 높은 경우라고 하는데 나는 자신감이 높다기 보다는 자존심이 세다.
이 책 속에서 언급하는 민감하다는 사람들을 정의 내리는 성향에 대해서 한 개라도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도의 차이일 뿐 모든 사람들은 민감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책 속에서 간혹 사례를 넣어가며 이해를 돕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례들도 공감되는 사례도 있고,
이 정도까지 민감해?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민감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신기하게도 굉장히 개인적으로 민감해지는 일들이 많이 생겼었다.
끝없는 부정적인 생각과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던 찰나여서
이 책이 하는 얘기들이 유독 공감되었던 구절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책에서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어라,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노력해라, 라고 해도
역시 내 스스로 깨닫기 전에는 그런 백가지 천가지 말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결론적으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라는 것이었지만 아직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것도 언젠가 살면서 내 스스로 그런 순간이 왔을 때 터득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번 책에 대해 내가 느낀 것은 나처럼 민감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있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과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안도감과
나는 역시 소설파인 독서편식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나는 민감함이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둔감함이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 아닐까.
고통이 넘치는 세상에서 둔감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일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 편이 수명에도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