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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경태, 『1968년 2월 12일:베트남 퐁니·퐁넛 학살 그리고 세계』, 한겨레출판

베트남에 지고 있는 월남전에 대한 한국의 부채에 대해서야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쓴 기자가 "무언가를 폭로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라고, 이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을 읽었을 때, 마음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한국사람들한테 질문하고 싶어요. 전쟁 때 총 쏘는 거 당연하죠. 근데 왜 집단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죽였죠? 죽인 뒤에 왜 칼로 시체를 또 찔렀죠? 아이들 시체를 찢어 왜 우물에다, 개울에다 버렸죠? 애기들과 여성들이 뭐가 위험하다고 그렇게들 죽였죠?”(p.92)

추천사를 쓴 박태균 교수에 의하면, 이 책에는 "배트남 전쟁과 관여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2. 콘라드 파울 리스만, 『아름다움 Schonheit』, 이론과실천
'성형공화국'이란 별칭이 뭐 이젠 별 달리 충격일 것도 없는 나라. 미를 추구하려고 신체의 일부를 변형시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이쯤에서 역사 속에서 흘러 온 '미'의 개념에 대해 한번쯤 개괄해 봐도 좋을 듯싶다. 이론과실천에서 출간한 <유럽 정신사의 기본 개념> 시리즈 중 7권이다. 참고로 총 10권으로, 5월 중에 시리즈가 마무리 된다고.

 

 

3. 존 D.메이어, 『성격, 탁월한 지능의 발견』, 추수밭
IQ에 집착하던 사람들 사이에 공감 능력에 대한 관심을 급격히 불러일으킨, 즉 '감성 지수'를 개발했던 저자의 새 저서라고 한다. 세상에. 성격 지수라니. 뭐든지 계량화, 수치화 하려는 그의 시도가 놀랍다. 정말 심리학자답달까... 진성 덕후의 냄새가 난다. 지능과 감성에 이어서 사람의 '성격'을 도대체 어떻게 수치화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데, 흥미로운 시도일 것 같다.

 

 

4. 데보라 태넌, 『가족이니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줄 알았다』(원제: Only Say this Because I Love You), 예담

음... 제목이 번역된 게 뭔가 '20세에 꼭 해야 하는...'이나 '아들아 너는...'류의 느낌이 와서 별로 관심 가지지 않고 넘기려다가 자세히 보았다. "오늘도 가족과 다툰 당신에게" 보내는 글이란다. 저자 데보라 태넌은 언어학자이고, '남녀', '가족 구성원'과 같이 밀접한 사이의 대화 방식에 대한 사례들을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뭔가 땡겼다. 정말로, 가족이란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이다. 가까울수록 사랑하고, 서로를 잘 아는 만큼 더 정확하고 잔인하게 상처를 주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5.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 『책공장 베네치아』, 책세상
나만 해도 '책'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생활을 한 것이 문자를 깨우친 이후로 거의 일생이다. 역사를 배우다 보면 늘 금속 활자의 발명을 대 전환기로 꼽은 것이 기억나는데, 그만큼 '인쇄 매체'라는 것은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언제부터 '책'이라는 것이 시작되었을까? 근대 이행기의 베네치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인문/사회/과학/예술 파트에 할당된 7개 분야, 그러니까 내가 보아야 하는 전체 분야를 다 훑고는 있는데, 어째 추천하다 보니까 과학 분야가 잘 안 들어간다. 이번 달에 온 『시간 연대기』를 보고 있어서 과학 도서에 대한 (미약한) appeitite이 충분히 만족된 듯하다. 허허

개강을 하게 돼서 소설 소설 온종일 소설만 읽고 있는데,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의도적으로 다른 분야에 관심을 돌리게 해 주는 서평단 활동이 유익하고 보람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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