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미고님의 서재

 

1. 백욱인,『인터넷 빨간책』, 휴머니스트

처음 '인터넷'이란 것을 접한 게 초등학생 때, 그러니까 1998년의 일이다. 집에는 좀 구식인 하이텔 단말기가 있었고, 윈도우라는 것을 접한 것은 학교 컴퓨터실에서였다. 그러고 나서 몇 년 사이에 인터넷은 우리의 일상을 무섭게 잠식해 나가더니,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손바닥만 한 컴퓨터(=스마트폰)가 등장했다. 몇 해 전 민주당에서 경선 투표 방식으로 모바일 투표를 채택했을 때, '국민투표'의 제약 요건으로 장소, 거리의 제약을 꼽던 사회 교과서의 내용이 지금도 여전히 가르쳐지고 있을런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점령한 사회는 마냥 유토피아는 아니다. 현실은 인터넷 세상이 민주주의 발전에 주요한 자유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는 희망찼던 전망과 조금 결이 달랐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인터넷 여론이 대규모로 조작되는 광경을 모두가 목도하게 된 후로 모두가 '뭔가가 조금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데, 과연 사회학자 백욱인이 보는 망가진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지.

 

 

 

2. 요스트 호훌리,『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워크룸프레스

'좋은 취지'로 만든 문서, 홍보물에서 아쉬운 디자인 감각이 내용의 설득력을 잃게 만드는 일을 여러번 목격했다. 주위에 날카로운 디자인 감각을 가진 지인이 그런 것을 비판하는 걸 자주 보아 그의 시각에 영향을 받은 것일지도. 같은 보고서를 쓰더라도 적재적소에 폰트를 써 주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까지 세련되게 만든다. 물론 나에겐 그저 '잘 만든 것'과 '다소 촌스러운 것' 정도가 감각적으로 구분될 뿐 이것을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기준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똑같은 시집 본문이라도 문학과지성사보다는 문학동네 쪽에서 편집된 게 좀 더 젊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대충' 인쇄해서는 그런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는 정도. 내가 만드는 인쇄물에서도 그 세련된 느낌을 살려 보고자 몇 번이나 자간을 넓혔다 줄였다 했던 기억이 있다.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았다. 전문가가 구분하는 '활자 디자인'의 미적 기준에 대해 알아 보고 싶어 지난 달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책.

 

 

 

3. 정민석,『해부하다 생긴 일』, 김영사

세상에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참 많다. 예전에는 예술가는 다소 게으르고, 불성실하고, 삐딱하다는 편견에 가득 차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조금 관찰해보니 세상은 달랐다.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령 이 책의 저자 정민석도 그런 사람이다. 의대에 진학할 만큼 공부 머리가 있지만 의사 대신 해부학 전공 과학자의 길을 걸어 온 강단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그림에도 좀 재능이 있고, 더 나아가 스토리텔링에도 재능이 있는 모양. 처음에는 '저자가 의대생 타이틀로 쉽게 책을 파는 것인가' 싶은 삐딱한 생각에 그냥 지나치려다가, 책 소개를 읽고 나서 흥미가 돋아버린 것이다.

심약하고 타인의 감정에 몰입이 큰 탓에 공포 영화도 제대로 못 보는 나는 평소에 시신 해부를 하는 의대생들이 어떤 태도로 해부학 실습을 할지가 자못 궁금해왔던 참이었다. 아픈 이를 보고도 "환자가 얼마나 아플까"라는 동정적 사고보다는 "환자가 왜 아프지?"라는 분석적인 태도를 가져야만 한다는 의학 전공자들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어졌달까.

 

 

 

4. 토마스 휠란 에릭센,『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책읽는수요일

그러니까, 결국은 희망이 없어야 한다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루이치 노리토시의『절망의 나라 행복한 젊은이들』을 덮었다. '미국은 땅이 정말 넓어서, 빈촌과 부촌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덜 불행하대.' 하던 예전에 만나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거기다 대고 '아니, 인류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건 보편적 복지야.' 하고 확고한 어투로 말했던 지난 날의 발언에 약간 회의를 느꼈다. (물론 국가가 기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는 변함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단연코 복지 선진국으로 꼽을 수 있는 북유럽, 노르웨이에서 온 저자의 저서 제목을 보고 멈칫했다. 과연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물음표로 시작하고 있는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풀어 나가지게 될 지 어느 정도의 그림은 머릿속에 그려지지만, 그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행복이란 뭘까?

 

 

 

 

5. 오카무라 노부히데,『생활협동조합과 커뮤니티』, 한울

결국 먹고사니즘이다. 먹고 살아야만 한다. 하지만 혼자 먹고 살 수는 없으니, 인간을 구원할 것은 연대와 협동일 것 같다는 생각 쪽으로 기울고 있은 지가 좀 되었다. 본의가 아니게 대학을 여러 군데 다녔는데, 교내 매점으로 세 가지 운영 방식을 모두 접했다. 첫째는 개인 업체가 학교에 입점해서 파는 경우. 두 번째로는 대기업에서 운영되고 있는 브랜드의 편의점이 입점한 경우. 마지막으로는 생협 방식으로 운영 되는 경우였는데, 당연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세 번째 경우가 가장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었다. 판매 품목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 수렴도 자유롭고.

최근 친구들과 쭉 결혼하지 않고 살게 되는 독신자들끼리 장래 공동 출자해 생협을 만들자-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므로, 이쪽에 대해 미리미리 공부해야 할 것이다. 같은 동양권인데다가 저성장기를 오래 겪고 있는 일본에서 이 협동의 네트워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그런 내용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을 것.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