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은 누구나 공룡에 심취하는 ‘공룡기’를 지난다는 말이 있는데, 크고 강한 것에 대한 무의식적 욕망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이 된 우리는 어쩌면 ‘그알기’를 기나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여주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도 매주 거르지않고 시청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프로파일러, 사이코패스, 가스라이팅 같은 단어들을 익히게 되고, 인간의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누구나 마음속에 악에 대한 충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범죄심리학자인 작가가 다양한 범죄자들을 상담하고 분석한 사례 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충동과 광기가 어떻게 끔찍한 범죄로 표출되어지는가 하는 다양한 경로 들을 추적하고, 더불어 여성에게 더 가혹한 사법 체계와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문제까지를 짚어보고 있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다이모닉’이라는 개념인데, 그리스어로 인간을 지배하는 힘을 의미한다는 이 말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도덕적이든 비도덕적이든, 어디로든 나아가는 힘을 이야기한다. 이 힘은 때론 끔찍한 범죄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숭고한 업적으로 드러나기도 하는 것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는 위에서 말한 ‘다이모닉’ 개념과 과거의 삶이 현재를 규정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2부에서는 실제 작가가 상담했던 범죄 사례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범죄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범인이 법적, 도덕적 선택과 판단이 가능한 상태였는가가 양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여러 심리 도구들을 이용해서 그 부분을 추적하는 과정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과연 인간의 심리적, 정신적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평가가 그런 검사 도구들로 가능할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사이코패스이거나 정신질환 등으로 도덕적 판단이 불가능한 이들을 단순히 격리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처벌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도 정말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았다. 내용의 서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어서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마치 법정의 배심원 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 3부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악의 방향으로 폭주할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한 충동이 실행되지는 않는다. 당연히 범죄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아무런 증거는 없고, 작가는 환경, 교육수준, 애착의 경험, 약물의 영향이나 강렬한 감정적 경험, 만성적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좋은 환경과 행운이 따른다고 해서 악의적인 생각이나 사악한 충동으로부터 완전히 보호받을 수는 없다는 점 또한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도덕적 품성, 절제,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들 역시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사실 범죄자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 파렴치함에 치를 떨기도 하지만, 조금만 운이 좋았더라면 혹은 누구라도 의지할 사람이 있었더라면 등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심지어 ‘나라도 저런 상황에 몰린다면..’하는 끔찍한 상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야만인과 문명인, 성인과 죄인, 어리석은 것과 숭고한 것의 질적 차이가 크면서도 모호하다"는 책 속의 문장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善함을 북돋아주며 사는 사회는 그저 유토피아인 것일까, 지금의 우리는 조금씩이라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