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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램프 속 토끼책방
  • 오늘 같은 날 청바지를 입다니 경솔했다!
  • 김재인(동글)
  • 13,500원 (10%750)
  • 2019-09-04
  • : 63

그림일기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이 몽땅 담겨있는 표지에 쓰인 부제 '오늘의 나를 표현하는 가장 사소하고도 직관적인 기록'이라는 문장에 대한 내맘대로의 분석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오늘의'=일기이다. '나를 표현하는'=내가 입는 옷차림에 대한 것이다. '가장 사소하고도'=거창한 패션 이야기가 아닌, 개인적 취향을 담고있다. '직관적인 기록'=한눈에 들어오는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제법 그럴듯하게 책이 정리된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단지 자신이 그날 그날 입었던 옷데 대한 기록만 담고있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주제로 쓰여지던간에 하루에 대해 기록하는 일이 가지는 미덕은 담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날의 일정, 기분, 후회, 뿌듯함, 감사, 내일에의 계획 같은 것들이 작가의 귀여운 그림들과 짧은 글들 사이에 들어있다. 옷이야기 속에 슬쩍 끼어들어있는 이러한 일상과 취향의 기록들은 그림들만큼이나 귀엽고 재미나다.

그렇다고는해도 이 책은 무엇보다 패션에 대한 이야기, 작가가 대단한 패셔니스타라기 보다는 평범한 가운데서 내가 보여주고 싶고 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궁리해나가는 모습이 많이 공감되었다. 너무 튀는건 조금 부끄럽지만, 그저 남들처럼 따라입는 일 역시 원하지 않는 작가는 이렇게 기록을 해나가면서 실수담을 나누기도 하고 소소한 자신만의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전히 패션이 어렵고 나만의 스타일없이 중구난방 옷을 입어대는 내게는 일종의 실용서처럼 읽히기도 했다.

작가는 '내 취향이 무엇인지 잘 알고 나다운 모습으로 옷을 입는 걸 좋아해요. 옷을 멋지게 입는 것도 좋지만, 내가 그 옷을 입었을 때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도 옷을 잘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한다. 옷입는 일이 즐거우면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 건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뚱맞은 옷차림을 한 건 아닐까, 너무 촌스러운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괜히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옷입기일 것 같다. 비싸기만 한 옷, 너무나 목적 지향적인 옷, 지나치게 유행을 따른 옷보다는 내가 입어서 편안한 옷이 우선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 몸도, 마음도, 지갑도 모두 편안할고 즐거울수 있는 나만의 옷차림에 대해 좀 더 궁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이 역시도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 대해 공부하는 일이 될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뒷부분에는 '종이인형' 놀이가 붙어있다. 아마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왠지 반갑다. 절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기획물이다. 봄, 여름, 가울, 겨울. 계절에 따라 인형에 옷을 입혀볼 수 있도록 네 장으로 되어있다. 어릴 적 직접 인형옷을 그리며 놀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동화책 속 공주들이 입고 있는 옷들을 따라그리곤 했었는데...

재미있게 읽고, 나의 취향과 패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인형놀이의 추억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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