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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램프 속 토끼책방
  •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 이재우
  • 15,300원 (10%850)
  • 2019-08-19
  • : 81

자신의 가족이 병에 걸렸을 때, 많은 이들이 부랴부랴 관련된 책들을 찾아보곤 한다. 글들을 읽으며 나름의 해법들, 이를테면 식이요법이나 도움이 될만한 대책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원인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기도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어머니의 치매라는 병 앞에서 책을 읽었고, 공부를 했고, 글을 썼다. 이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돌보는 일이면서, 같은 읽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 책은 치매를 이해하기 위해 뇌과학을 공부하고 설명하는 과학적 기록이면서, 동시에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는 사례 보고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과 어머니의 개인사를 포함하고 있어 때론 따뜻하고도 가슴 아린 에세이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노인의 시대'가 되가고 있는 요즈음, 치매는 많은 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 중 하나이다. 원인이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완전한 예방이 힘들고, 발생하면 돌이킬 수 있는 치료약도 없는 병.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는 병이니 두렵지 않을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본인 뿐 아니라 돌보는 이들 역시 무기력해 질 수밖에 없는 병일 것이다.

책을 읽으며 백 명의 치매 환자가 있다면 백가지 원인이 있고, 백가지 증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자신'과 관련된 병증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우리 개개인은 모두 고유한 성격과 기억과 과거, 관계 등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돌보는 이의 심리 상태나 개인이 놓인 물리적 상황까지도 다르니 '해법'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병이 바로 치매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치매 앞에 빈 손으로 맞서기 보다는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다른 이들의 경험과 응원을 받는 일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터무니없는 행동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고 바라보는 일은 중요할 것이다. 또 자신과 인터뷰이들의 경험을 통해 공통적으로 보이는 환자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요령도 싣고 있는 등 직접적이고도 유용한 정보도 다루고 있다. 사실 특별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하더라도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 것 만으로도 '나'만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고립감이나 외로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책 속에서 정서와 인지는 상호보완적이며 친구 관계라는 내용을 읽으며,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꼈다. 가족 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자기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치매의 공포에서 조금쯤 멀어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이 책 한 권이 치매에 대해 모든 걸 말해주는건 당연히 아닐테지만, 과학적 분석과 정서적 에세이가 잘 어우러져 있어, 치매에 대해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과 예방을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한사람 한사람을 보다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내용들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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