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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램프 속 토끼책방
  • 스니커 마니아를 사로잡은 스니커 100
  • 고영대 외
  • 20,700원 (10%1,150)
  • 2019-06-03
  • : 189

마음을 몽땅 주고싶은 대상을 한사람이라도, 혹은 하나라도 가진 사람은 결코 인생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사랑한다면 아무리 탐구해도 지치지 않고, 사랑한다면 세밀한 변화까지도 눈치챌 수 있으니 변화무쌍함을 늘 온몸으로 느낄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게 바로 연애감정이 아닐까.

이 책은 그 무엇도 아닌, 스니커와 연애감정에 빠져버린 이들의 이야기이다. 열명의 스니커 마니아들이 자신들이 각별히 아끼는 열켤레의 신발들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스니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푹 빠져서 읽게 될만한 책, 자신도 가지고 있는 신발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눈이 번쩍 뜨일테고, 가지지 못했지만 마음에 드는 신발을 만난다면 부러운 마음에 안절부절 못할지도 모르는 그런 책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스니커 마니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건'에 대한 책에는 늘 호기심이 느껴진다. 자연에 둘러싸여 살다보면 자연을 살피는 일이 흥미롭듯이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생활이다보니 물건을 살피는 일이 흥미롭다. '스니커로 책 한권이라니... 무려 100켤레나 되는 특별한 운동화 이야기라니... 궁금하네'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처음에는 사진만을 죽 넘겨가며 보았는데, 비슷해 보이는 것들도 많았고, 생각보다 특별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다보니 운동화마다의 차이와 특별함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앞부분에서는 그림과 함께 '신발의 구성과 명칭'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부분만 열심히 읽어도 모든 신발을 보다 특별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나의 제대로 된 운동화는 각각의 이름을 가진 29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려 29개. 아주 작은 부분까지도 분명한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본문의 내용들을 읽다보면 각각의 운동화가 가진 스토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신발 디자이너들의 철학도 등장하고, 소장자 개인과 운동화와의 인연도 등장하고... 이렇듯 스니커 이야기는 끝날줄을 모르며 물건을 넘어 멋진 글감이 된다.

그러니 스니커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도 읽다가 스니커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아.. 정말 그렇네'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정말 이런 신발이라면 나도 갖고싶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무언가를 애정하는 일이 얼마나 섬세한 일인지, 때로는 얼마나 많은 열정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새삼 느끼면서 말이다.

비록 스니커 마니아 근처에도 다가서지 못했지만, 이 한 권을 읽고난 나는 이제 조금쯤 더 까다롭게 운동화를 고르게 될 것이다. 각 부분의 이름을 부르게 될 것이고, 그래서 앞으로 사게될 운동화는 진짜 '내 운동화'로 생각될 것이다.

무언가에 대해 새롭게 알게되는 일은, 그것이 아주 작고 소박한 일이어도, 그만큼 세상사는 일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스니커 마니아라면 마치 남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읽게될 책, 스니커 마니아가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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