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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램프 속 토끼책방
  • 천년 교토의 오래된 가게 이야기
  • 무라야마 도시오
  • 13,500원 (10%750)
  • 2019-03-04
  • : 231

왠지 집중하지 않으면 주절주절 나의 교토여행 이야기가 될 것만 같다.

사자가 초원을 사랑하듯 줄곧 서울살이를 해온 나는 대도시를 사랑한다.

그래서 오사카의 번잡한 도시느낌도 당연히 좋아하지만,

아기자기한 느낌의 고베도 취향이지만,

간사이 여행이라면 역시 쿄토! 교토!

오래된 시간들이 소중히 여겨지는 도시여서 좋다.

어디서든 불쑥 만나게 되는 예스러움과 켜켜이 쌓인 전통이 느껴지는 곳이다.

에구.. 역시 주절주절이 되어버렸다. ㅋ

이 책은 그 교토에서도, '오래된 가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그마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권이니 꽤나 많은 가게들이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만큼 많은 가게들이 소개되어 있지 않아 처음에는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읽어나갈수록, 각 가게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알아갈수록, 하나의 가게로 책 한 권을 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적지나 명승지를 찾아다니는 것으로도 차고넘치는 교토지만

이 책을 읽으니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참 좋은 여행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가게 안에, 그 가게를 지키고 있는 한 사람 안에, 긴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그저 가게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절로 숙연해지고 단정해질 것만 같다.

이 책에 소개된 가게들은 모두 10개이다. 찻집도 있고, 목욕탕도 있고, 도장가게도 있고, 서점도 있다. 대체로 먹는 가게 위주인 원조집 소개책자와는 다르다. 그리고 이 가게들의 공통된 특징은 그렇게 오래동안 가게를 잘 꾸려오면서도 확장하는 일은 굉장히 삼가했다는 점이었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되는듯 싶으면 가게를 넓히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요즈음의 세태와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 일본 경제가 호황이던 시절, 가게 앞에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섰을 때가 있었습니다. (...) 저는 옆에 있는 주차장을 헐고 가게를 조금이라도 넓히자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올라간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게속 올라갈 수는 없어. 올라가면 언젠가는 떨어질 때가 오는 법이야. 일을 크게 벌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크게 벌인 것을 줄이는 일은 힘들단다.'

그렇게 아버지는 '눈길이 닿는 장사를' 고집하셨다고 한다. (1871년 창업. 고등어 초밥집 '이즈우') 프랑수아 찻집(1934년 창업)의 경우도 가게의 수익을 대부분 사회운동에 쏟아붓느라 지점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익과 손해로는 잴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이곳에는 깃들어 있다"고 가게를 이어가고 있는 다테노씨는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 가게의 역사는 일본의 근현대사와 긴밀히 엮여있었다. 정치 권력과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꿋꿋이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며, 그렇게 긴 세월을 견뎌온 가게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일종의 '승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떻게 스스로를 지키며 바르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힌트와 가르침이 곳곳에 숨겨져 있었다.

작가는 '교토가 아름다운 또 다른 이유'라는 에필로그를 통해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그 자체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도시 교토의 진수가 결코 아름다운 관광 사진에 담겨진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경우에 따라 새로운 것에 자리를 양보하고 사라지는 것이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이처럼 작지만 오래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있다는 건 '도시'를 '그 도시'다운 표정으로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

이로써 교토에 다시 가야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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