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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원님의 서재
  • 세 명의 사기꾼
  • 스피노자의 정신
  • 16,200원 (10%900)
  • 2017-09-04
  • : 637

현대적 감각으로 읽으면 그다지 얻을 게 없다. 게다가 스피노자가 이런 책이 '스피노자의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는 것을 알면 노발대발할 것 같다. 몇 부분에서 스피노자의 이론을 따른다고 해서 스피노자의 정신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학 정치론'에서 스피노자는 성서를 성서기자만의 고정된 텍스트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연관성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역동적인 텍스트로 바라본다. 지엽적인 부분에서 시대적인 한계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성서에 대한 스피노자의 태도는 현대 해석학을 떠올리게 하는 선구적인 것이다.

 

그러나 '스피노자의 정신'에서는 이러한 스피노자의 정신을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성서에 담긴 신화적 이야기들에 대해 피상적이고 파편화된 평가를 내리며 성서의 가치를 정한다는 점에서 축자영감설을 주장하는 이들과 결론만 상반될 뿐이지 사고방식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출판한 이들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스피노자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피노자는 그 시대에서는 이해받지 못한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선구자 였다는 것을 통감할 수 있다.

 

역자는 이 책이 자신의 종교만 옳다는 아집을 부리는 광신자들에게 따끔한 일침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이야기하나,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자신만이 옳다고 여기는 또 다른 종류의 이성을 빙자한 광신은 광신자들의 광신을 더욱 더 활활 타오르게 할 뿐이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감상과는 별개로 종교적 권위가 흔들리고 있는 시대속에서, 절대적 가치에 균열을 내려는 저자의 시도를 볼 수 있다는 데 이 책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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