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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뜨님의 서재
  • 페퍼민트
  • 백온유
  • 11,700원 (10%650)
  • 2022-07-25
  • : 3,745

'페퍼민트'라는 제목을 곱씹었다. 아쉽게 책 내용을 모두 담지는 못한 제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온유 작가는 전작 <유원>에서도 그랬지만 사람의 미묘한 죄책감과 자책감을 한 줄로 명료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그 능력에 다시 한 번 반했음에도, 이야기를 흐르는 전개 방식이나 엔딩에는 아쉬움이 묻은 게 사실이다.

시점이 바뀌며 해원과 시안의 심정이 드러나는 건 좋았지만, 다소 잔혹하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가 군데군데 묻어 있어 책장을 덮고 다시 열기를 반복했다. 어떤 평 역시 전작 <유원>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나 역시 동감이다. 온유 작가님이 워낙 글을 잘 쓰셔서 다음 책도 나오면 읽겠지만, 페퍼민트는 아쉬움이 조금 컸다. 그럼에도 마음을 무너지게 하는 한 줄 한 줄의 임팩트가 강렬해 기억에 남을 청소년 소설이다.

무엇보다 내가 쓰려는 소설의 분위기를 주저 하지 않고 그대로 써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울적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선배의 말을 듣는 것 같아 내심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온유 작가님이 내내 청소년 소설을 내 주시기를, 다음 번에는 조금 더 탄탄한 플롯으로 이야기를 꾸려 와주시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한다.

🛌
엄마는 고여 있는 것 같다가도 우리 삶으로 자꾸 흘러 넘친다. 우리는 이렇게 축축해지고 한번 젖으면 좀처럼 마르지 않는다. 우리는 햇볕과 바람을 제때 받지 못해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필 것이다. 우리는 썩을 것이다. 아빠가 썩든 내가 썩든 누구 한 명이 썩기 시작하면 금방 두 사람 다 썩을 것이다. 오염된 물질들은 멀쩡한 것들까지 금세 전염시키니까.

🛌
사실 시안이 무작정 찾아온 그날, 해원은 집으로 돌아오며 다시는 시안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속속들이 다 아는 인간이, 최악의 모습까지 다 아는 인간이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담스럽고 수치스러웠다.

🛌
고독사였다. 엄마는 소름 끼친다는 듯 치를 떨며 말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해원은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아빠는 밥상머리에서 비위 상하는 얘기 하지말라고 엄마를 타박했다. 겁이 많은 해일은 무서우니까 그만 말하라며 엄마를 말렸지만 그러면서도 제육볶음을 밥에 비벼 먹었다.

🛌
사거리 건너 임대 아파트에서 죽은 뒤 이 주만에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누군지 해원도 알고 있었다. 이 년 전까지 해원이 사는 아파트 단지의 경비를 맡았던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주차장에 쌓인 눈을 치우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왼쪽 팔다리에 마비가 와 일을 그만뒀다.

할아버지는 아침저녁으로 재활을 위해 해원의 아파트 단지 안을 천천히 걸었다. 더 이상 경비가 아닌데도 쓰레기를 줍거나 두 팔 걷고 분리수거를 하는 모습이 종종 발견되어 주민들이 불편해했다.


_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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