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다 읽지 않고도 서평을 쓰게 만든다. 이 책이 그렇다. 김달님 작가님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는 읽기 전부터 기대가 무산되어도 어쩔 수 없겠다고 생각할 만큼 커다란 기대를 했다. 전작도 인상 깊게 읽어서였다. 김달님 작가님의 시선이, 문체가, 마음이, 사연과 따뜻함이 물씬 묻어난 책들에서 나는 나와 주변인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랐다.
서평단에 당첨되어놓고도 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판사의 다음 책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도 굳이 서평을 쓰지 않았다. 내 작은 인스타그램 공간에는 애정하는 책만 소개하기에도 부족해서였다. 오랜만에 어마어마하게 추천할 에세이를 만나 기쁘고 설레서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다. 어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어쩜 이런 분이 계실 수 있을까.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이 이토록 벅차고 행복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김달님(@moonlight_2046) 작가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찬찬히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어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는 상반된 마음이 충돌해 다급히 추천평을 남긴다.
📗 완독 후
작가는 말한다. "가끔 생각해. 내가 계속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줄곧 나는 생각해왔다. 내가 계속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넘쳐나는 필요한 이야기의 범람 속에서 내 이야기는 보잘것 없고 하찮은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세상에 굳이 내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고. 내 글을 소중히 하지 않으니 덩달아 나 자신도 소중히 하지 않게 되었다. 내일 당장 사라져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영 글이 안 써진더래도 상관 없을 만큼 모든 일에 초연해졌다. 잘 쓴 글을 보고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며 애태우는 심정도 해묵은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질 만큼 오래된 과거로 느껴졌고,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나도 예전처럼 벅차지 않았다.
그러나 김달님 작가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를 읽고, 문장을 읽는 내내 애태워지고 사랑할 마음이 샘솟았다.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글을 사랑하는구나, 삶을 글로 녹이는 작업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는 애틋한 마음을 깨달았다.
작가는 다시 말한다. "그러니까 저에게 희망은 제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작가님이 오래 오래 글을 써 주시기를 바란다. 잠시 사라지시더라도, 몇 년후에 또 다시금 오실 김달님 작가님을 기다릴 준비가 되었다. 완벽한 팬이 여기 서 있노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이 편지가 작가님께 닿기를, 미래 어느날 슬럼프가 오셨을 작가님께 소중히 간직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책 한 권을 전부 따라 쓰고 싶은 책을 써 주셨다고, 그렇게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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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 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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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이 모두에게 같을 수 없듯 어떤 단어는 개인의 기억과 함께 고유한 의미로 남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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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서로의 고생을 쓰다듬어주면서 동시에 가볍게 퉁치자는 말 같았다. 누구의 고생이 더 컸든, 모르는 곳에서 울었든, 다들 무사히 이곳으로 건너왔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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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리면 울지 않았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돌아올 사람을 위해 남은 사람들이 할 일은 잠시 딴청을 피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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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을 떠올리는 밤일수록 나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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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야. 나는 일곱 살의 네가 알려준 덕분에 봄은 폭신폭신하게 온다는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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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는 사람이 글을 쓰게 되리라 믿는다. 잘 쓰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앞으로도 힘을 내서 살아가기 위해선, 혼자서도 남은 길을 마저 걸어가기 위해선 따뜻하고 단 기억들로 호주머니를 채워놓아야 한다고. 언제든 쓸쓸해지는 날에 손을 집어넣어 내게 남아 있는 것들을 만져보고 꺼내 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