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유증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군인 로버트와,
멕시코의 빈민, 고아로 정말 기댈 곳은 아무도 없는 마니의 이야기.
돈이 있지만, 자신의 텅 빈 가슴과 두려운 악몽, 환청을 떨쳐낼 수 없는 로버트.
살고 싶은 의지는 가득하지만, 돈도, 힘도 없는 소년 마니.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그 위태로움 속에서, 아마도 죽음은 그저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로버트의 아주 작은 호의가 마니에게는 유일한 구원으로 다가왔고,
거짓말이든, 진심이든 로버트를 향하는 마니는
자신이 원했던 방식은 아니지만 진실로 자신의 구원을 향하는 열쇠를 부여받는다.
로버트는 마니를 구하고,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주고 죽었지만,
이제야 환청과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이야말로 구원이었을 지 모른다.
마니가 로버트의 돈을 갖고 도망친 후에 어떻게 되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작품 내에서 로버트가 죽었을 지언정 진실로 자신의 구원을 찾았으니
그 대가로 마니도 구원을 찾았을 것이라 믿으며, 책을 덮었다.
잔잔한 여운과, 개인이 그 자신은 도통 구원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무 것도 갖지 않은 것 같은 사람도 어쩌면 다른 누군가를 구할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또 다른 위기의 사람 역시 또 다른 사람에게는 구원의 열쇠를 쥐고 있을 지 모른다.
그 개인이 자신을 얼마나 비참하고 빈손이고 구원의 문 따위는 없다고 생각할 지라도,
분명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구원의 열쇠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어쩌면 나에게 구원이 될 열쇠도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오지 않을까, 기도해 본다.
그리고 나도 그의 구원의 열쇠를 갖고 있길 바래본다.
서로에게 구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누군가를 모두가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