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6학년 아들이 읽은 책 중에 이렇게 집중해서 빠져든 건 오랜만이었어요. ‘스톰 키퍼 – 날씨를 기록하는 자’는 처음에 책 소개만 보여줬을 때부터 아이가 흥미를 보였는데,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하고 마법과 시간 이동 같은 요소가 들어 있어서 그런지 첫 장부터 푹 빠져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애런모어섬과 기억이 담긴 양초, 그리고 양초에 불을 붙이면 과거의 시간 층으로 이동한다는 설정이 너무 신기하다면서, 게임 속 세계처럼 생생하다고 했어요.
주인공 피온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가 아니라 평범한 아이지만,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겪으며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이 또래라 그런지 더 공감이 갔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마리오 카트나 마인크래프트를 즐기는 현실적인 남매가 등장하는 것도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해요. 판타지지만 너무 어렵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서, 아들이 스스로 책을 꺼내 읽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고요. 평소에는 3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잘 안 보는데도, 이 책은 밤마다 이어서 읽더니 며칠 만에 다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엄마, 여기 진짜 재밌어”, “이 부분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 같은 말을 여러 번 할 정도였어요.
읽고 난 뒤에는 주인공처럼 자신도 어떤 특별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단순히 재미만 있는 책이 아니라 아이 마음에 작은 용기와 상상을 남겨준 것 같아 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단권이 아니라 3부작 시리즈라는 걸 알고는 “다음 편도 꼭 읽을 거야” 하며 기대하고 있어요. 판타지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물론, 평소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