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한 사이의 형제와 형의 껄렁한 친구. 세 남자는 인적 없는 눈밭에서 사고로 추락한 비행기를 우연히 발견한다. 비행기에는 숨진 조종사와 거액이 든 돈가방이 실려 있고, 가장 신중한 성격의 동생은 비행기가 발견될 때까지 자기가 돈가방을 숨기겠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돈을 향한 집착이 빚어낸 믿을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다.
할리우드 영화 같은 제목과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홍보 문구는 돈가방을 둘러싼 뭔가 대단한 사건이 벌어질 거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세 남자와 그들의 아내 정도다. 돈가방을 찾으러 갱단이 몰려오지도, 박진감 넘치는 추격전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대신 작가는 거액의 돈을 향한 욕망 앞에 서로를 점점 불신하게 되는 세 남자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 평범하고 몇 안 되는 등장인물들을 데리고 이렇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심플 플랜>은 잘 짜인 스토리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인간 밑바닥에 숨어 있던 잔인함과 추악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읽는 이를 경악시킨다. 돈가방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마을 주민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들. 그들이 벌이는 일련의 사건 앞에, 나는 저러지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독자는 누구도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들은 모두 인간 본성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었다. <햄릿>, <죄와 벌> 같은 백여 년 전의 고전을 지금까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단순한 스릴러를 뛰어넘어 인간 본성의 이중성과 어두운 면을 철저히 파헤쳐 보여 주는 <심플 플랜>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기에 전혀 손색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심플 플랜>은 정말로, 정말로, 재미있는 책이다. 독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으며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 과연 이들의 운명이 어찌 될까 하는 조바심으로 책장을 정신없이 넘겨 대는 즐거움은 절대로 아무 책이나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