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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udle님의 서재

성제훈의 우리말 편지는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본 우리말 책들은 교재처럼 딱딱한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읽는 재미가 없다 이겁니다. 이 책은 다릅니다. 지은이가 삶 속에서 느낀 일들 또는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고 들은 것들로 이야기합니다. 대부분 낯익지만 제대로 모르던 것들, 아니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습관적으로 쓰던 한자어나 일본말 찌꺼기들을 잘 살펴줍니다.

그리고 한겨레21 기사에서 보니 농진청 연구원인 지은이가 우리말을 공부하고 매일 전자우편으로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이렇게 책으로 엮게 된 사연이 흐믓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우리말 책들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논술이나 성공(?)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역시 따뜻한 것은 삶 속에 있나봅니다.

참고로 한겨레21 기사 중에서 지은이가 우리말 편지를 보내게 된 사연을 첨부합니다.

"성 박사가 우리말 전도사로 나서게 된 계기는 한 농민의 전화에서 비롯됐다. “2002년 <과학원예>라는 농업잡지에 글을 썼는데, (전화한 농민은)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다비(多肥)하면 도복(稻覆)한다’(비료를 많이 뿌리면 벼가 쓰러진다)는 식의 일본어투를 별 거리낌 없이 썼다고 한다. ‘과습(過濕)하면 열과(裂果)가 많이 발생한다’도 자주 쓰던 표현이었다. ‘너무 습하면 과일이 터진다’는 뜻이란다(에구~).

농민의 전화에 정신이 번쩍 든 성 박사는 곧 우리말 공부에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우리말에 관한 책을 다양하게 읽고, 국립국어원에서 실시하는 우리말 교육까지 받았다. 2003년 미국 미주리대 교환연구원으로 파견 나가 있는 동안에도 우리말 익히기는 계속됐다. 창피함에서 비롯된 공부였지만, 번역을 잘할 수 있는 바탕은 곧 우리말 실력이라는 ‘학문적 필요성’도 그에 못지않았다. 성 박사는 이렇게 얻은 한글 지식을 이메일로 직장 동료들과 나누기 시작했고, 입소문에 힘입어 어느덧 독자가 2천 명을 웃돌게 됐다. 그가 지난 3년간 보낸 우리말 편지는 700~800건(650쪽)에 이른다. 성 박사의 이메일(urimal123@hanmail.net)로 신청하면 지난 편지들을 한꺼번에 받아볼 수 있다. "  - 한겨레21 기사 중에서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하여튼 우리말 관련한 책을 찾고 계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일하고 접하는 많은 분야에 계신 분들 중에서 성제훈씨와 같은 사람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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