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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님의 서재
이 책의 편집자는 학계 각층의 전문가들에게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그것은 물리학자 파인만의 질문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사라진 뒤 남을 단 하나의 이론은 무엇인가. 파인만은 원자론으로 자문자답을 했고 이 책에 모인 7명의 저자들은 파인만의 자문자답을 뿌리 삼아 자신들의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낸다.

1. 천체물리학자 윤성철. “우주는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원자 역시 반감기를 갖고 소멸한다. 소멸 이전의 변화와 이후의 생성은 우주의 역사를 만들고 그 역사를 한몸에 담은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미래는 오늘의 변화로 생성되는 무엇으로 그 끝에 ‘완전무결한 불변의 목적’이 놓여 있다는 것은 과도한 의미 부여라 할 수 있다. 사유의 시작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의식의 발현이 우주 역사의 특이점’이라고 한 견해는 매우 인상깊었다.

2. 사회학자 노명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주에서 원자들의 조합이 가시적 존재를 만들어내듯 인간이란 원자는 사회를 만들어내고 인간은 사회없이, 즉 타인없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3만 년 전 구석기인들이 남긴 쇼베 동굴벽화에서 최근 코로나 사태에 이르기까지, 인간임의 자각은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3. 미생물학자 김응빈. “생명이란 우주의 메모리 반도체이다”
Dna와 Rna의 특성과 구조 분석을 통해 최초의 생명체로 추정되는 ‘루카’의 모습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루카의 실체는 찾을 수 없지만 그 본질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건 세포 내 유전자에 생명 발전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자들은 모여서 ‘생물’이란 독특한 물질 혹은 물질 아닌 존재를 조합해냈다.

4. 신경심리학자 김학진. “마음은 신체와 환경의 소통에서 기원한다”
인간의 신체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환경에 반응해야 하며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 유지의 과정이 알로스테시스이며 이를 관장하는 기관은 뇌. 뇌는 앞으로 닥칠 위험을 예측하며 항상성을 유지해가는데 그 중요한 기전은 보상이며, 보상은 신체적 만족뿐 아니라 사회적 만족 역시 중요하게 여기며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이에 관여한다. 알로스테시스의 결과는 인정욕구이다. 공정성, 도덕성, 죄책감, 수치심 등 많은 인간의 철학과 감정은 인정욕구의 다른 얼굴들이다. 알로스테시스는 부적절하게 과도한 보상이 주어졌을 때 과부하 상태가 되며 이때 인간은 타인을 적으로 간주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깨거나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런 과부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은 자신의 감정과 그것을 유발한 원인을 성찰을 통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5. 통계물리학자 김범준. “인류 지식의 원전은 엔트로피다”
미래세대에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이론으로 필자는 단연 열역학 제 1, 2법칙을 든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에서 필자 장하석은 과학이론이란 절대적인 진리라기보다 우리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 방법이며 “과학의 임무는 자연에 대한 ‘진리’가 아니라 ‘진상을 밝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글에서 필자 김범준은 시공을 초월하는 메타 과학으로 열역학이론을 들며, 그 이론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불변의 메타과학인지를 여러 이론과 공식을 통해 알려준다. 에너지는 보존되고, 엔트로피는 증가하며 세상을 이룬다. 책 뒷 표지엔 저자들의 사진이 있는데 김범준 저자는 아주 마음씨 좋게 웃고 있다. 하지만 이 챕터는 공식으로 가득차 있어 나처럼 숫자에 약한 독자가 독서 과정에서 저자처럼 웃기란 쉽지 않다.

6.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인간의 욕구는 전염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은 끊임없이 과거를 양산하며 미래로 이동하는 존재다. 그렇지만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차 있기에 근원적인 불안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 불안의 해소는 예측력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통해 이뤄질 수 있으며, 행복한 생존을 위한 보편적 삶의 태도가 된다. 이를 위해서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잘 다루어야 한다.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과정은 바른 삶, 만족한 삶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이 챕터엔 그 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꿀팁’들로 가득차 있다.

7. 신경인류학자 박한선. “인간 정신은 진화의 결과다.”
다윈의 <종의 기원> 3장의 제목은 ‘존재를 위한 투쟁’이다. 생명으로서의 인간은 유전자의 명령대로 종 보존을 위해 살아간다. 유한한 자원과 무한한 욕망. 결국 인간은 투쟁을 통해 살아남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진화한 것이 마음이다. 마음은 기술과 사회를 발전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인간’이라고 규정짓는 모든 특질들을 건설하고 발전시켰다. 이는 그저 사실일 뿐으로, 여기에 특정 계급의 이익이나 낭만적 사상을 덧씌워 곡학아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렇게,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원하는 장을 순서 없이 읽어도 괜찮고, ‘단 하나의 이론’이란 제목대로 하나로 엮어서 읽어도 괜찮다. 최근작이라 코로나 사태와 각 이론을 묶어서 설명한 부분도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 알에에치코리아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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