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책이 널리 읽히는 이유를 따져보면,
이 책은 단순히 ‘좋은 글’이어서가 아니라,
현대 독서 시장의 욕망과 구조를 정확히 겨냥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첫째, 문장의 소비 용이성입니다.
책은 SNS에 옮겨 쓰기 좋은 짧은 단문과 여백이 많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장 자체가 이미지처럼 유통될 수 있어, 독자가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일부를 경험할 수 있다. 이는 21세기 초반, 긴 글보다 단편적 감정을 선호하는 독서 행태와 맞아떨어졌다.
둘째, 감정의 표준화이다. 책 속의 위로와 성찰은 대체로 보편적이어서, 독자가 자신의 사연을 덧씌우기 쉽다. 특별한 맥락 없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개별 경험보다는 일반화된 정서를 택했다. 이는 작품이 깊이 있는 사유 대신 ‘폭넓은 수용성’을 선택했다는 뜻이기도 한다.
셋째, 시대적 공백의 채움이다. 사회적으로 불안과 피로가 만연한 시기에, 이 책은 심리 상담이나 종교적 언어가 아닌, 일상어로 건네는 위로를 제안했다. 이는 힐링 담론이 상업적으로 각광받던 시기와 정확히 맞물렸다.
그러나 이 현상은 ‘읽는 행위’가 점점 사유보다 단순 위무에 기울어지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언어의 온도는 언어의 깊이를 탐구하기보다, 언어가 주는 온기와 안락함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서 이 책의 성공은 한 작가의 성취이면서, 동시에 현대 독서 문화가 ‘사유의 온도’보다 ‘감정의 온도’를 택한 시대적 징후라 할 수 있다. 이는 좀 유감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