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뉴욕타임스 죽이기 –- 현실적 악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 죽이기’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뭔가 쎄하다. 뉴욕타임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연결해보면 이건 분명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무언가와 관련된 내용임에 틀림없다. 현실적 악의라는 표현도 익숙하지는 않지만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개념임에는 분명하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뉴욕주립대 버펄로 로스쿨 교수인 서맨사 바바스는 이 책에서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주요 판례인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의 배경과 진행 과정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언론의 자유가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는 충격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권력 앞에 자유롭지 못한 순간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다룬 사건은 이렇다.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광고를 당시 지역 공공업무위원인 설리번이 광고 내용 중 일부 오류를 근거로 거액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 당시의 명예훼손법에 근거해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거액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런 판결에는 언론사를 재정적으로 압박하고 외부의 비판적 보도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할 법리가 나온다. 바로 '현실적 악의'라는 개념이다. 대법원은 고위 공직자가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배상을 청구할 경우, 단순히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넘어 언론사가 그것이 허위임을 사전에 인지했거나 진실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다는 '현실적 악의'를 엄격히 입증하도록 판결했다. 저자는 언론사 내부 문서와 재판연구원들의 기록 등 1차 사료를 활용하여, 이 판결 기준이 마련되기까지의 법리적 논의 과정을 세밀하게 재구성하여 설명한다.
'현실적 악의' 기준이 도입된 이후, 기자들은 소송에 대한 두려움 없이 권력층의 부패와 비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파헤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언론이라는 특정 산업의 승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공적인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공론장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힌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하나의 법적 판결이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면서 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반세기 전과 오늘날의 사회는 결코 동일하지 않다. 분명 많은 부분에서 진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사례들을 보게 될 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법이 지닌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 법이 과연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