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언제부터 시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을까? 누군가를 사랑했던 그 첫 사랑 때? 돈도 잃고 친구도 잃었던 그 때? 아니면 새 생명이 탄생하는 놀라운 순간에? 모두 맞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시는 때로는 큰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가장 빨리 잊히기도 했다. 그래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시만큼 강하게 내 삶을 이끈 무언가는 결코 없다고.
이재익님의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는 그래서 눈에 더 많이 들어왔다. 나의 삶을 강하게 이끌었듯이 누군가의 삶을 이끌었던 시는 무엇일지 궁금해서, 그리고 그 시가 나를 어떻게 이끌어줄 지가 궁금해서 말이다. 물론 한 때 영시를 자주 읊조리던 시절도 있었기에 더욱 궁금했다.
원문과 번역,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이 참 보기 좋다. 원문이 주는 깊은 맛과 번역이 주는 친밀함,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에 담긴 공감이라는 맛이 참 잘 어우러져서 좋다.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감성으로, 비슷한 시를 만났기에 더욱 그런가 보다.
키츠, 바이런, 브라우닝, 휘트먼, 엘리엇, 프로스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이들의 시를 오랜만에 감상했는데도 그 때의 기분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기분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닐 테지. 진심으로 모두가 그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시로 살아있다는 강렬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그 느낌을.
작가의 글을 읽으며 이 땅에서 살았던 시간에 관계없이 대단한 작품들을 남긴 시인들의 삶을 그려본다.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이 그려지는 건 그들 또한 동일한 감정과 생각과 삶을 경험하는 인간이기에 그렇지 않나 싶다. 이 글을 쓴 작가도, 또 그 글을 읽는 나도, 그리고 앞으로 이 글을 읽고 시를 찾아나설 그 누군가도.
제목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본다. 시가 나를 지켜주었다. 정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