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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님의 서재
  • 멸종 위기의 사고
  • 에릭 사댕
  • 20,700원 (10%↓1,150)
  • 2026-08-07
  • : 1,420

AI를 쓸 때 가장 자주 드는 감정은 속도감이다. 헤매지 않아도 되고, 막연한 생각을 바로 문장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속도. 그 후에 따라오는 해결되었다는 안도감.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에릭 사댕의 『멸종 위기의 사고』가 다루는 건 '생각이 무뎌진다'는 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인간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학습해온 능력 — 재능을 펼치고,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삶의 의미를 얻는 능력 전체가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본다. 사고는 그중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그가 말하는 건 '사막화', 즉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쇠퇴다. 자멸. 셀프 쇠퇴.


우리는 지금까지 기계에 '행동'을 맡겨왔다. 계산하고, 운반하고, 저장하는 일. 생성형 AI 이후 위임의 대상이 바뀌었다. 이제 기계는 문장을 쓰고 판단의 근거까지 제시한다. 인간 외부의 노동이 아니라, 존재를 이루던 것

— 재능, 즐거움, 자존감... —

자체가 위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생긴다. AI가 틀려서가 아니라 너무 그럴듯해서... 아차 싶은 위험 생각에는 마찰이 있다. 고뇌가 있고 갈등과 조율도 있다. 오래 품으며 되뇌이며비로소 자기것으로 만드는 과정. AI는 그 마찰을 너무 빠르게 없앤다. 그 자리에서 사라지는 건 시간이 아니라, 사고에 딸려오던 재능과 자존감,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던 삶의 의미다. 쾌감까지


(중략)


사댕은 이 소멸을 두고 인간이 "바닷가 모래 위에 그려진 얼굴처럼" 서서히 지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되면서 서서히 지워지는 것. 그래서 '멸종'이라는 제목은 과장이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맡기고, 무엇만큼은 끝까지 내가 하는가다. 자료를 찾고 문장을 다듬는 일은 맡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를 발견하고, 판단하고, 의심하고, 자신의 생각에 책임지는 일까지 맡긴다면 존재의 자리가 좁아진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 경계하게 된 건 AI의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순응이다. 도구도, 지식도 빌릴 수 있다. 그러나 존재의 주도권까지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순간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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