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가장 잘 익은 시절을 한 입 베어 문다면
책을 읽는 동안 이상하게도 입에 침이 고였다. 음식 하나마다 사람과 계절, 그리고 오래된 기억이 함께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엔 초코빙수』는 열두 달을 따라가는 음식 에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음식이 아니다. 음식을 매개로 떠오르는 사람과 시간,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다. 여름의 초코빙수는 더위를 식혀 주는 디저트가 아니라 친구와 나눠 먹던 웃음이 되고, 겨울의 따뜻한 음식은 식탁을 둘러앉은 가족의 온기가 된다. 음식은 기억을 불러오는 가장 따뜻한 열쇠였다.
임애련 작가의 글은 과장되지도 거창한 깨달음도 없다. 그냥 누군가의 일상의 한 부분을 일기로 엿보는 느낌이다. 문장 하나하나에는 말랑한 온도가 있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리움, 누군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따스함, 일상의 여유로움을 만들어준다.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 역시 책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그림은 크레파스로 그린듯 나도 그릴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제는 안다. 내 손은 그런 능력이 없다는 걸 캬캬캬 음식의 색감은 군침을 돌게 만들고, 계절의 공기는 손끝에 닿을 듯 전해진다. 글을 읽다가 그림을 오래 바라보게 되고, 그림을 보다 보면 다시 글을 읽게 된다. 두 요소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없던 추억도 만들 판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특별한 하루보다 평범한 하루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거창한 여행도, 극적인 사건도 없다. 대신 제철 음식 하나, 익숙한 골목 하나, 함께 밥을 먹던 사람 하나가 소중한 이야기로 바뀐다. 읽다 보면 '나에게도 이런 계절이 있었지' 하는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책장을 덮고 나니 초코빙수 한 그릇이 먹고 싶어졌다. (혈당스파이크는 걱정되지만) 어쩌면 그것은 빙수가 아니라, 그 시절의 여름을 다시 한번 맛보고 싶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