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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님의 서재
  • 이름 없는 감정들의 사전
  • 이아코포 멜리오
  • 16,200원 (10%900)
  • 2026-05-20
  • : 4,490

나 이런 책 꽤 읽어봤어.
《꽃의 마음 사전》, 《꽃말의 탄생》, 《비표준 감정사전》... 그 외에도 이런 류가 꽤 돼.

처음 이 장르 접했을 때 좀 난감해 했었어. 어?

이걸 어떻게 읽지?

싶은 거야. 소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고 하면 이상하게 힘들거든.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어. 공부하듯이 보면 안 되는 책이다. 그냥 하루 운세 점치듯이 후루룩 넘기다가 탁— 멈추는 거야. 그날 내 감정이 걸리는 페이지에서. 그렇게 하나씩 나를 살피는 책이야 이게.

이번 책도 딱 그렇게 읽었어. 약 200개의 감정 단어를 언어권별로 모아놨는데, 어떤 건 영어고 어떤 건 러시아어고 어떤 건 처음 들어보는 언어야. 근데 신기하게 다 알아들어. 내가 분명 느꼈는데 이름 몰랐던 것들이니까.

🌊혼족(고독을 즐기는 기술을 지닌 사람) 항목에선 "어 이거 나잖아" 하고 멈췄고,
🌊네펠리바타(구름 위를 걷는 사람) 에선 "앞으로 나를 이렇게 소개해야겠다" 싶었어.
시벨로마 같은 🌊시벰(나의 심장, 내사랑)은 남편한테 써먹어야겠다 싶었어. 여보 혹은 자기야 대신 ‘시벰’. 발음을 아주 잘살려서~ 캬캬캬. 🤣🤣
🤣나즈( 자신이 사랑받고 있음을 아는 데서 나오는 자부심)에선 애들 얼굴이 떠올랐어.
아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난 이제 지는 해구나. 뜨는 해를 더 생각하는 그런 나이라니... 난 늘 나밖에 몰랐는데... 아닌가? 난 이미 나즈가 충분한가?

근데 읽으면서 계속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어.

왜 이런 책은 왜 출간되는 걸까?

아마 우리가 이전보다 더 많은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걸 설명할 언어와 공동체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예전엔 가족이, 친구가, 종교가, 동네가 내 감정을 해석해줬다면 지금은 책이 그 자리를 일부 대신하는 거겠지. 그러니까 사람들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하고, 저장하려 하는 거고.

이 책이 어휘력을 늘려주는 건 아니야. 근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걸 해줘. 삶의 해상도를 올려주는 거. 내가 원래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구나, 이런 사람이었구나 — 이름이 생기는 순간 그게 선명해지거든.

다만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읽었어서 그런지 패턴이 보이긴 해.

낯선 단어 제시 → 짧은 설명 → 공감 → 성찰.

이 반복이 익숙해지면 새로움보다 기시감이 먼저 올 수도 있어.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감정을 설명할 단어가 필요한 사람한테는 딱 맞는 책이고, 개념이나 깊은 분석을 원하는 사람한테는 좀 얕게 느껴질 수도 있어. 읽는 방식에 대해 책마다 다른게 접그하는게 필요해.

결국 이 책은 감정의 정밀화를 통해 이미 느끼고 있던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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