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책을 번역한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언제나 원서의 출간 연도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다. 어떤 책은 번역되어 들어오는 순간 이미 시대의 공기를 잃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he Power of Self-Confidence는 조금 달랐다. 이 책의 초판은 2012년에 출간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4년 전의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 사실이 전혀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삶을 설명하는 문장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 책이 말하고 있는 주제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유효하다.
“자신을 믿어라.”
이 말은 너무 흔해서 식상하게 들린다. 하지만 인간은 이상하게도 이 단순한 말을 평생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존재다.
박사 논문을 쓰던 시절, 나는 감사의 글(Acknowledgments)에 **“망망 대해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라는 표현을 남겼다.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연구라는 것은 때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서 배를 모는 일과 닮아 있다.
문제는 그때 내가 나 자신을 믿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잡았다. 나를 믿지 못한다면 나를 선택한 사람을 믿자. 내가 나를 믿지 못하던 그 시절, 나는 나의 지도교수를 믿었다.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였고, 그런 사람이 나를 연구자로 선택했다면 완전히 틀린 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The Power of Self-Confidence는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떻게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믿음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메시지는 특별히 새롭지 않다. 서점에는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자기계발서가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또 그런 이야기야?”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중학교 2학년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잔소리는 한 번 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같은 말을 수없이 반복해야 겨우 조금 스며든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다시 들어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도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에 읽은 《미라클 모닝》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였다. 새벽에 일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조언이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공부와 일을 병행하던 시절, 한 선배가 새벽 시간을 활용해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돌이켜보면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 새벽에 일어나라, 자신을 믿어라, 꾸준히 노력하라.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는 이야기라도 다시 읽을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The Power of Self-Confidence도 그런 책이다. 삶을 완전히 뒤집는 혁명적인 통찰을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리는 사실을 다시 꺼내 보여준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이 결국 삶의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나침반이 된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망망대해 위에서 배를 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나아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배의 방향키를 잡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가끔은 그 항해사를 조금 더 믿어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이 오래된 자기계발서가 여전히 읽힐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