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왜 범죄 소설을 읽는가?
꿈같은 현실에서, 더욱더 리얼하고 더 지독한 세계를 보고 위로받기 위해서는 아닐까.
(중략)
블러드문은 힘든 인생의 끝장을 보여준다. 보통 범죄 스릴러는 범인을 쫓는 이야기인데,
이 책은 인생에게 쫓기는 사람이 범인을 쫓는다.
그야말로 비극의 러닝머신.
아니, 다람쥐통?
멈춰도 떨어지고, 뛰어도 떨어지고, 넘어지면 더 떨어지고.
그 와중에 “제발... 누가 저 사람 좀 멈춰 세워 봐...” 하고 손을 맞잡게 만든다.
물론 아무도 멈추지 않는다. 캬캬캬
사람을 살리기 위해 이야기가 계속되는 게 아니라, 사람을 망가뜨리기 위해 이야기가 계속되는 이야기 같다.
Harry Hole.
이 인간은 히어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의감에 불타는 영웅이 아니라, 삶에게 발로 차여도 계속 일어나는 미련한 생존 본능 같은 것이다.
보다 보면 내 감정선은 아주 기묘한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불쌍하다 → 짜증난다 → 존경스럽다 → 화난다 → 미친놈인데 멋있다 → 짠하다
이 모든 감정이 세 페이지 간격으로 순환한다. 읽다가 멀미할 것 같다. 누군가의 복잡미묘(너무 순화된 표현), 극한인생을 우연히 보다가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며 결국 나도 모르게 한마디 하게 된다.
‘아...XX’
소설 읽고 멀미났다고 하면 병원에서 뭐라고 할까.
그리고 반전들.
이 소설의 반전은 가슴은 묵직한데, 입은 웃고, 눈은 글을 따라가느랴 감정을 뒤로한채 흐르지만 흔들린다.
웃음이 나는데 안 웃어야 할 것 같은, 울고 싶은데 울어서도 안 될 것 같은 그 모순.
이 책은 감정을 조용히 내부에서 썩히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감정을 과자부스러기처럼 만든다.
원래 살아 남은 자는 승자여야 하는데, 느낌상 패자같다.
이게 가장 웃기고, 잔인하고, 리얼하다.
그래서 일게 영웅서사와는 완벽하게 다른 현실을 고증한다.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이러거 좋음)데.. 멋찌다
아무도 구원받지 않았는데, 그 아무도에 독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절망속에서 이 희열은 뭐지?
이건 사기 아니야? 112 신고할까?
소설읽다가 신고하면 뭐라고 하지?
결국 책을 덮고 나면 이런 기묘한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행복해지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재미있게 불행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책 표지를 쓰담게 만든다. 또 Jo Nesbø 선생님의 다른 책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읽지마. 읽지 말라고 했잖아. 거봐 읽지 말라고 했지.
주의)
좀 잔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