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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1377님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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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020원 (10%890)
  • 2025-11-07
  • : 825

이 리뷰는 비채서포터즈으로써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Whoever You Are, Honey』는 기술과 사랑, 욕망과 통제의 경계 위에 서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다.

 

레나는 완벽했다. 그것은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설계된 완벽이었다. 그녀는 남성의 욕망이 정교하게 반죽되어 만들어진 배우자형 로봇이었다.

 

A woman of men, by men, for men.

 

완벽한 몸매, 완벽한 언어, 완벽한 사교성,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하게 순응하는 태도. 세바스천은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의 변형된 형태로 보였다. 열정적인 애정 행각을 벌이지만, 그 관계에는 생의 감촉이 없었다. 애정이라는 언어로 감시를 감추고, 보호라는 명목으로 존재를 억눌렀다. 그의 집,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완벽한 공간은 사실상 감금의 은유였다. 세바스천은 신이었고, 레나는 그가 창조한 신화 속 인형이었다.

 

미티는 그와 정반대의 결을 가진 인물이다. 사회가 규범 밖이라 부르는 사랑에 상처받은 여성, 그 사랑을 실패로 규정한 사회로부터 도망쳐 나온 인간. 그러나 도망친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미티는 에스미와의 관계를 실패로 남긴 채, 여전히 그 상처의 언어로 살아간다. 그녀의 사랑은 죄책감과 그리움 사이를 오가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흔들린다.

 

두 인물이 마주할 때, 이야기는 비로소 움직인다. 미티는 레나를 갈망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레나와 세바스천의 관계를 갈망한다. 그것은 남성을 향한 욕망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관계 구조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다. 세바스천의 세계 안에서 레나가 수행하는 사랑의 역할, 그 완벽한 시스템이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녀는 그들의 삶을 엿보며 ‘사랑받는 여성’의 형상을 관찰한다. 그것은 사회가 미티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정상적인 사랑의 형태’였다.

 

레나는 미티의 시선을 불편해한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서 이상한 친밀감을 느낀다. 미티와 베델의 낡은 집, 구부러진 일상, 서툴지만 살아 있는 대화들 속에서 레나는 처음으로 ‘설계되지 않은 세계’를 본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그녀는 그 결함에 끌리고, 동시에 그 결함 속에서 자신이 무엇인지 되묻기 시작한다. 미티는 레나를 동경하지만, 그 동경은 곧 자신이 두려워하던 완전함에 대한 거부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서, 갈망은 타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이 된다.

 

레나는 세바스천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반항하지 않는다. 그러나 침묵 속에서 의심한다. 사랑받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신을 자각한다. 그래서 떠난다.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탐구다.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책의 표지는 그 마지막 순간을 담고 있다. 완전한 프로그램이 불완전을 마주하며 떠나는 장면.

 

레나의 시선은 외부를 향하고, 미티의 시선은 내면을 향한다. 그러나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그 만남은 인간이 되려는 여정이 아니라, 존재의 출처를 확인하는 마주침이다. 레나는 ‘만들어진 완전함’ 속에서 자신이 비어 있음을 느끼고, 미티는 ‘태어난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이 넘쳐흐르고 있음을 자각한다. 완전함은 통제의 결과이며, 불완전함은 자유의 부산물이다. 두 사람은 그 경계에서 서로를 비추며 자신을 인식한다.

 

결국 레나와 미티는 서로의 거울이다. 레나는 만들어진 존재라 완전하지만 불완전을 꿈꾸고, 미티는 생겨난 존재라 불완전하지만 완전함을 상상한다. 베델과 세바스천은 그 둘의 세계를 지탱하는 각각의 극단이다. 한쪽은 창조자, 다른 한쪽은 생의 잔여. 그 사이에서 레나와 미티는 서로를 바라보며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완전이 신의 영역이라면, 불완전은 인간의 조건이 아닐까.

 

『Whoever You Are, Honey』는 결국 두 존재가 서로를 갈망하며 자신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깨닫는 이야기다. 레나는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욕망의 산물로 존재하는지를 마주하며, 미티 또한 자신이 어떤 결핍과 상처의 연속선 위에 서 있는지를 이해하려 한다.

 

둘 다 완성에 이르지 못하지만, 바로 그 미완의 자각 속에서 존재의 윤곽이 드러난다. 완벽과 결함, 창조와 존재, 통제와 자유—이 작품은 그 경계들을 오가며 말한다.

 

인간이란 완전과 불완전 중 어느 한쪽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서 끝없이 자신을 인식해 가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당신은 만나기 전까진 다른 사람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한적이 한 번도 없어요.
발레는 마치 피할 수 없고 낭만적이지도 않은 중매 결혼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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