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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이중섭
  • 13,500원 (10%750)
  • 2011-04-16
  • : 7,571


민족 화가 이중섭, 인간 이중섭으로 내 마음속에 들어오다.


화가 이중섭에 대한 첫 기억

 

화가 이중섭에 대한 기억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 해서 이름 붙여진 와우산에 위치한 학교에 합격한 후 '예비학교'라는 이름의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민망한 기억 뿐인 행사에 참석했더랬다.

 

(예비학교는 대학 합격자가 미리 선배, 동기들과 만나 학교 투어도 하고 술도 먹고, 게임도 하고 술도 먹고, 수다도 떨고 술도 먹는 그런 행사다.)

 

학교 정문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잘 보이는 건물인 와우관에 처음 가 본 날이기도 했다.

큰 계단식 강의실에 들어가 이름표를 받고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 앞만 보던 내 눈에 들어온 그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중섭의 <흰 소>다. 금방이라도 그림 속에서 튀어나와 뿔로 나를 치받을 것 같은 용맹한 황소는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물론 이 그림은 원본이 아니겠지. 프린트를 했거나 누군가가 다시 그리거나 했던 듯. 언젠가부터 이 흰소 그림이 안보이던데. 아마 없앴거나 그 위에 흰 판을 덧댄 듯 싶다)

 

후에 이 이중섭의 <흰 소>가 본교 박물관 소장작임과 동시에 학교를 상징하는 교수(校獸)라는 설명을 들었다. 전진하는 황소가 진취적인 민족 기상을 상징하며‥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다.

(서론이 자꾸만 길어지는데) 아무튼 내가 하고픈 말은! 이중섭이라는 화가는 내게 힘찬 황소를 주로 그린 민족 화가였고, 그래서 굉장히 용맹하고 씩씩한 이미지였다는거다.

 

그러다 얼마 전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이란 책을 통해 이중섭의 다른 면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부인 이남덕 여사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와 그림을 엮어놓은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가진 화가 이중섭에 대한 이미지를 와장창 깨트려 놓았다.

 

나의 귀엽고 소중한 남덕 군, 나의 소중한 보배, 발가락 군(이남덕 여사의 애칭), 당신을 힘껏 포옹하고 몇 번이고 입 맞추오... 등등



남편 이중섭, 그리고 아버지 이중섭

 

이남덕 여사를 향한 이중섭의 과감하고 다정한 애정표현들 때문에 책을 보는 내내 남의 연애편지를 훔쳐보는 듯 내 얼굴이 달아오르고 민망해지기까지 했다. 그는 편지를 보내달라 보채기도 하고 더 자주 보내라 화를 내기도 했다. 이렇게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에 빠진 남자 이중섭'의 모습이 편지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두 아들을 향한 넘치는 사랑도 엿볼 수 있었다. 부인인 남덕에게는 뜨거운 사랑을 고백했다면 태현, 태성 형제에게는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어떻게하면 아이들을 기쁘게하고,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을까 고민하게되어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도무지 잘 되지 않는다며 부인 남덕에게 엄살을 피우기도 한다. 영락없이 애정이 넘쳐 어절 줄 몰라하는 서툰 아빠의 모습이다.


편지와 함께 보낸 그림에도 이중섭의 가족애가 담뿍 담겨있다. 그림 속에서 하하호호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보며 강렬하고 힘찬 <흰 소>를 봤을 때완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같은 화가가 그린게 정말 맞아?' 하고 생각했을 정도다.

 

특히 두 아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그림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 구석이 간질간질하며 따뜻해져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중섭 본인이 가족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볼 땐 왠지 눈물이 나올 듯 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그림을 보고 또 보며 이중섭이라는 훌륭한 화가의 비극적인 삶이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두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마 몇 번이고 약속했던 아버지, 부인과 함께 행복한 삶을 꾸려갈 생각에 기뻐하던 남편. 인간 이중섭은 그렇게 한 시대를 살다 떠났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난 이중섭을 유명한 민족 화가로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화가 이중섭은 인간 이중섭의 모습으로 내 기억속에, 내 마음속에 또렷하게 남아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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