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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이누도 잇신 감독의 <구구는 고양이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도쿄의 고즈넉한 마을, 키치조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만화가 아사코는 13년을 함께한 고양이 '사바'를 잃게된다. 그리고 아사코는 사바의 장례식에서 이런 말을 한다.
"고양이는 인간의 3배나 되는 스피드로 살아가지. 사바는 나보다 3배나 빨리 가버렸습니다."
이렇게 사바를 떠나보낸 아사코는 시름에 잠겨 만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사바를 그리워한다. 그러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사바를 모티브로 남들보다 3배 빨리 늙는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며 가족과도 같았던 사바의 죽음을 견뎌내는 아사코의 모습에 나도 참 많이 훌쩍였더랬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반려동물은 떠나보낼 자신이 생겼을 때 들이겠노라고.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개 혹은 고양이의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대부분이 작고 활기찬 새끼 시절의 모습이다. 늙고 병들어 죽음을 기다리는 개나 고양이의 모습은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반려동물이 늙고 병이들어 인간보다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우린 늘 망각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나이든 고양이와 살아가기>는 우리에게 고양이도 늙고 병이들고 죽는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고양이의 늙고 초라한 모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주인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저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꼼꼼하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가 늙어서 걸릴 수 있는 병이 이렇게나 많다는 점에 놀랐다. 암, 관절염, 폐렴, 당뇨병, 치매, 광견병 등등.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전무한 내게는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다 당당한 걸음걸이와 도도한 눈빛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나는 이미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지만, 그것보다는 고양이의 이런 말년을 생각하지 않고 예쁘니까, 갖고 싶어서 고양이를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러분은 고양이의 '쇠약'과 '죽음'을 이해하고, 나이든 고양이와 멋지게 작별할 각오가 되어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반려인으로서 자격이 있다. 아니라면 우리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