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전, 우리 부부는 시부모님께 일주일간 아이를 맡기고 결혼 11년 만에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나는 이 여행을 위해 한달을 준비 했다. 베란다 구석 구석을 청소 했고, 혹시 아이가 아침에 유치원에 가며 입고 싶은 옷이 없다며 짜증을 낼까 좋아 하는 옷만 따로 정리된 칸까지 만들었다. 조마조마 여행길에 올랐고, 매일 매일 두 아이의 학교가 끝나기 전 1시간전에는 부모님께 톡을 보냈다. 혹시나 하교길에 할아버지와 엇갈리진 않을까 반 친구 엄마에게 몰래 할아버지가 도착 하셨냐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때, 나를 반기는 것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두 딸이였다. 평소에 그렇게나 밥먹는 걸로 속을 썪히는 딸의 볼에 살이 오른것도 기특했지만, 아침이면 일어나지 못해서 알라신에게 절을 하던 7살 막내가 6:30 분에 할아버지와 기상 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였다.
나의 마음속에 할머니 할아버지란, 노인 이란 어떤 사람들 이었던 것일까?
요즘아이들의 매일 매일 다른 복잡한 하교 시간을 혹시나 깜빡하고 놓칠까 걱정을 해야 하는 못미더운 존재일까?위아래 색이 맞지 않는 옷을 입혀 보내는 , 반바지에 발목을 넘는 어두운색 양말을 신겨 보내는 패션 센스는 영 꽝인 존재일까? 그래서 그렇게 이 옷을 입혀 보내시라며 옷장을 정리해 놓았던 것일까?
이 책의 주인공 올리의 마음속의 노인 역시 여행전의 나와 같았다. 엄마 아빠 없이 처음으로 혼자 탄 기차의 옆자리가 상큼한 또래의 여자 아이도 아닌, 할머니 라니 ..맙소사 !
" 할머니랑 같이 가고 싶지 않아요,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하지만 올리는 내가 일주일간 경험한 기적을 맛본다.깨우지 않으면 10시 넘어서까지 기절한듯 자는 막내 딸아이가 6시 30분에 기상을 하는 그 기적을 말이다.
기차 여행이 끝난뒤, 만난 사촌 안네는 이렇게 말한다.
"너 굉장히 심심했겠다. 계속 저런 노인이랑 같이 타고 왔으니"
과연 올리는 뭐라고 대답할까...두시간의 여행이 끝난뒤 올리의 마음속의 노인은 늙을 노 자의 老人 일지..노련할 노 자의 老人 일지...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어간다. 늙거나, 노련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