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철학으로 빵을 구어야 한다.
LISA 2002/03/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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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빵을 구울 수 없다고 한다. 철학은 밥벌이가 되지 않으니 사회가 원하는 인간이나 되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이 부재한 인간은 빵굽는 기계밖에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이 죽어가고 있다. 특히, 철학 같은 순수 학문은 시대에 뒤쳐진 학문이라고들 한다. 영어와 컴퓨터로 무장하고 실용학문만 습득하면 무조건 인정해주는 국가. 지성인의 전당이라는 대학도 기계가 상품을 찍어내듯, 사회가 요구하는 상품을 찍어내는 국가. 이것이 한국의 현주소이다. 과연 인문학은 죽은 것일까? 인문학은 과연 시대에 부응하지 않는 문제들만 운운하는 먼지 쌓인 고서에 불과할까?
현대인들의 이러한 의문에 답변을 한 책이 바로 '한국의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철학자들은 고대의 철학을 논하고, 성리학을 공부한다. 하지만 철학은 현대의 과학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주는 안내자 역할 또한 해야한다. 철학이 부재한 나라란 이미 정체성을 상실한 국가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외국의 문화가 어지럽도록 혼재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돌이켜보고, 철학을 현재에 적용시켜 올바른 방향을 잡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반만년 역사의 국가를 잃고 말 것이다. 한복을 벗고, 꽹과리를 내려놓고, 리바이스 청바지에 콜라를 들고 뉴에이지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우리가 누구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과연 한국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대한 연구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나는 특별히 한국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의 정체성이야 사춘기 시절에 누구나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해 고민하듯, 한번쯤 고민해 본적은 있지만. 나의 나라 '한국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얼마전 외국으로 소포를 보낼 때 나는 낯선 경험을 하였다. 발신자 란에 '대한민국 KOREA'라는 단어를 적으며 어색하고 낯선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은 어색하지 않으면서 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어색해야 할까? 그만큼 우리는 우리를 잊고 살아갔다는 증거가 아닐까? 고등학교때 윤리 교과서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다면 탁석산의 책 '한국의 정체성'은 나를 안고 있는 조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 있는 책일 것이다.나는 바로 그 의미를 안고 다시 한번 책 속으로 들어가 작가가 말하는 '한국의 정체성'과 내 안의 조국의 정체성을 비교해 보기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바쁘다'혹은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참 많이 쓴다.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외국 문명과 급속도의 성장 탓에 참 바쁘게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도 정체성에 대해 깊은 사색에 빠져볼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 없이 몸집만 큰 국가는 경제적 선진국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 발짝 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가'하는 원초적 물음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 그것은 한국이 세계 속에서 당당히 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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