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책을 읽는 저는 책을 이렇게 분류 합니다.
맥주를 마시며 읽고 싶은책.
와인을 마시며 읽고 싶은책.
커피를 마시며 읽고 싶은책.
그리고 아주 간간히 차를 마시며 읽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창가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홍차를 마시며 천천히 읽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벗에게 선물 하고 싶은 책이기도 해요.
아름다운 헤르만헤세의 나무에 대한 예찬과
그 글에 걸맞는 우아한 삽화가 함께 한 책이라 더욱 선물 하고 싶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아시다시피 '데미안'의 작가입니다.
유리알같이 맑은 소년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말하는 삶은
아직도 제 인생의 등대입니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데미안, 헤르만 헤세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싱클레어의 깨질듯이 맑은 감성은
헤르만 헤세가 나무들을 통해서 얻은 숨결 인것 같습니다.
그의 감수성은 너무나 맑아서 눈이 부십니다.
나무를 통해 오래 오래
우리가 슬픔 속에서 삶을 더는 잘 견딜 수 없을 때 한그루 나무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하렴! 나를 봐봐! 삶은 쉽지 않단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아.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10P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는 나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11P
저는 나무의 말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에 대한 구절을 읽고
잠시 숨고르기를 했습니다.
저는 언제쯤 그 누군가가 아닌 온전히 나로 사는 실존적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쪼개져 부러진 큰 나뭇가지가 여러해 동안이나 매달려 있어, 바람이 불면 메마른 소리로 노래르 딸깍거린다.잎도 없고 껍질도 없어, 텅 비어 활력도 없이 너무 긴 삶에, 너무 긴 죽음에 지쳤어...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149P
쪼개져 부러진 큰 나무 가지의 삶이 마치 우리의 삶과 같습니다.
책 전반에는 헤르만 헤세가 나무와 숲을 통해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이 삽화와 함께 있습니다.
선물해 주고 싶은 너무 예쁜 삽화들
사실 저는 강원도의 산자락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편입니다.
저는 서울의 빌딩 숲에서 살던 사람입니다.
서울의 계절의 변화는 나무나 숲이 아닌 지나가는 이들의 옷 차림에서 옵니다.
봄이 오면 봄의 색을. 여름이 오면 여름의 색을 기민하게 갈아 입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갈아입지 않아도
나무들이 먼저 계절을 입습니다.
지난 겨울 제 집 창문가에서 찍은 사진이예요.
겨울의 숲은 고요 합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은 며칠전 비가 내리고 난 후의 숲입니다.
일년 중 가장 감격스러울때는 봄비가 내린 후 입니다.
하루 이틀 만에 숲은 새 단장을 합니다.
비가 흠뻑 내리고 나면 숲은 변신을 합니다. 눈이 부실만큼 강렬한 초록으로요.
이 책이 저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은
제가 요 몇년간 느꼈던 숲과 나무에 대한 감동을
헤르만 헤세의 필력으로 고스란히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올 여름엔 오랜 벗들에게
『헤르만 헤세 의 나무들』을 선물 해야 겠습니다.
이책을 저처럼 숲에 둘러 쌓여 살고 있는 모든 이들
그리고 예전의 저처럼 빌딩숲에서 실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