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퀴어문학을 알게 된건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때문이다.
내가 읽은 게이 소설이라고는 딱 세명의 작품 뿐이다.
박상영
그리고 김봉곤 그리고 가스 그린웰
사실 박상영과 김봉곤의 소설은 강제로 읽힘 당했다고 말하고 싶다.
내 취향으로 고른 소설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문학 동네의 젊은 작가상에 껴있기에 습관 처럼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박상영의 글을 사랑한다. (김봉곤은 번외로 하고)
그의 글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그의 글을 생각하면 가슴이 몽글 거린다.
누군가 게이소설을 처음 읽는 다면 나는 주저없이 그의 글을 권하고 싶다.
그가 얼마나 캐릭터를 살아있게 그리는지. 정말 야무지게도 그려낸다.
그의 글에 등장하는 (작중 내가 좋아했던) 왕샤넬은 나의 오랜 친구와 같은 기시감을 준다.
당장이라고 쓰레빠를 끌며 그를 우리집 지하 주차장에서 만날 것 같다.
왠지 언젠가 부터 왕샤(왕샤넬) 은 나의 오랜 단짝 게이 친구일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의 글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왕샤넬 같은 인물을 '가스 그린웰'의 글에서 찾았다.
오늘의 책 '너에게 속한 것'
그 역시 커밍 아웃을 한 작가이다.
하버드에서 석사.
공부도 기똥차게 잘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수려한 문장에 놀랐고,
리얼리즘에 가까운 캐릭터에 감탄했다.
퀴어문학에서는 항상 주인공이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건 누군가는 정체성 문제로 혼란을 느낀다.
하지만 본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소설의 첫 장면에서 이미 정체성 받아들이기를 끝낸 상태이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왠지 위태 위태 하다.
욕망과 사랑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
그럼에도 그가 욕망하고 사랑하는 미트코는
끔찍하게 세속적이고 추락한 삶을 살고 있음에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렇게 위태 위태하고 너무나 현실적인 캐릭터를 만난 것 만으로 이 책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박상영의 캐릭터 왕샤넬을 우리집 지하 주차장에서 마주칠 것 같이,
나는 언젠가 불가리아에 간다면 어딘가 뒷골목에서 그를 마주칠 것 같다.
"깨진앞니에 군인 머리를 하고 포식자 같은 태도도, 두려움도 없는
골똘하기는 해도 위협적이지는 않은 눈빛의 이상하리 만큼 순진한 미트코."
그러나 책을 덮고도 나는.
화자가 미트코와 나눈 것이 욕망인지, 혹은 사랑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뭐 어떠한가.
우리의 사랑이 모두 그럴지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