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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평화님의 서재
  •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
  • 마르쿠스 에거트.프랑크 타데우스
  • 14,220원 (10%790)
  • 2020-03-26
  • : 138

 

코로나 바이러스에 제압당한 지난 석 달,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독서만한 것이 없다.

인문교양서 완독하고  이번엔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보고싶어 둘러보다가

평소 아이가 관심있어하는, 그러나 나는 영 이해하기 어려운

미생물의 세계를 다룬 도서를 발견했다.

책 표지에 선명한 사진이 들어가있고

과학과 어울리지 않는 보라색을 사용한 과감함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아이와의 대화에 물음표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나는 '세균, 두 얼굴의 룸메이트'를 읽기로 했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의 첫 번째 생명체

지구 최초의 원주민

단세포 생물

잠재적 불멸의 존재

모든 생명의 조상.

미생물에 부여된 이런 타이틀은

책을 채 몇 페이지 읽기도 전에

이 작은 생명체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해주었다. 

 

 

소금결정에 2억 5천만년 이상 갇혀져있던 포자를

간단해보이는 영양액으로 다시 살린 연구도 놀라웠지만

고열, 가뭄, 상상도 못할 충격, 영양 결핍, 우주 방사선

심지어 항생제에도 살아남는 그 저항력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 생명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상적인 먹을거리, 각종 화학물질

그리고 많은 식물들의 성장과 수정은 물론 하수의 오염물질 제거 기능까지

현재 우리 주변에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는 활동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심지어 300~600g이라는 적지 않은 양의 미생물이 성인의 몸 속에도 들어있다.

미생물의 쿼럼센싱과 분자생물학에서 말하는 변형은 사실 반대작용이지만

그것이 의도하는 목적과 결과는 동일했다.

즉, 어떤 작용이든 미생물의 유전물질은 더 풍부해지고,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우리 생활 구석구석 존재하지 않는 곳이 없기까지는

단세포 생물의 작용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과정이 기반되어 있었다니

책을 읽을수록 미생물의 세계가 점점 더 흥미로워졌다.

 

미생물에 대해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사실 면역체계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몇 년 전 A형간염에 걸려 혼수상태로 며칠 있다가 죽을 고비까지 넘겼던 나로서는

내 나이 또래 90%가 갖고 있다는 항체가 없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발병원인에 대해

나는 아직까지 여기에도 소개된 스트라찬의 주장이 설득력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요한 드 용스테 연구에 기반을 둔,

‘거대한 멸균 지역’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살모넬라, 노로바이러스, 포도상구균, 소양충,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같은 편모충 등

보기좋은 상태나 결과와는 거리가 먼 세균들이 더 잘 알려진 탓에

세균이라고 하면 유해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균은 연구소, 샬레 안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청결을 중요시하는 부엌, 잘 가꾼 화단,

심지어는 힐링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도 있으며

수술집도의의 안경, 성수, 세탁기, 의류, 반려동물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있었다.

 

우리가 위생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들이 오히려 면역체계에 위협이 되고

극한의 기후변화, 환경조건이 매일 일어나는 곳이 우리의 집안이고

매일 사용하는 수세미가 세균들에게는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늘 세균과 공생하면서도

피해는 받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고,

미생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건강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쉽게, 위트있게 알려주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질병이 악취를 통해 발생한다고 믿었던 시대를 지나

안톤 판 레이우엔훅의 현미경 덕분에 이 작은 존재가 알려진 이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앞으로 인체미생물연구, 범죄학, 무중력상태에서의 박테리아 대사 등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더욱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그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 책에서 읽은 내용들이 생각날 것 같다.

 

‘우리는 집에 있는 미생물을 침입자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똑바로 보자면

그들이 우리와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과 같이 사는 것이다‘(p.19)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늘 생활하는 공간 그 어느 곳도 미생물과 분리되어서는 생각할 수 없으니

있을 수 있는 위협에 화학적 항생제를 이용하기보다

저항력을 키울 수 있는 개인적, 사회적 노력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세균은 우리와 함께 사는 룸메이트는 맞지만

그 두 얼굴 중 어느 얼굴을 더 많이 볼 수 있는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책 제목만 보고 매우 과학적이고 이론적이기만 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각종 균의 사진이 없는 것이 다소 아쉽긴 했어도

불완전한 상식에서 벗어나 그들과 공생하는 유용한 팁을 많이 얻을 수 있어

나같은 과.알.못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런 류의 무겁지않은 과학도서가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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