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헤븐 (Lost Heaven).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한 블로그에서였다. 처음에는 ‘로스트 헤븐’이라는 이름에 끌려서 들어갔다가 표지가 너무나도 예뻤던 탓에 바로 장바구니 버튼으로 내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사실 내가 표지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다만, 나 나름대로의 시놉시스도 꽤나 따지는 탓에 한 번 읽어보았고, 1, 2권이 완결이 아니라는 소리에 절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미 완결이 된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미완결 된 상태에서 낸 책은 완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기에 고민 고민하다가 구매를 미뤄왔었다.
아쉽지만 구매하기에는 조금 그런 면도 있어서 입맛만 다시며 많은 블로거들의 기대평만 주르륵 보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얼결에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얼결에 내가 당첨이 되었다. 멍하니 있다가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어쨌든 행복한 마음으로 쪽지를 보내고, 또 책을 기다리는 매 순간,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책이 오기까지 아무리 책을 구매하고 싶어도 근질근질한 내 손은 참아야만 했고, 덕분에 다른 분들의 리뷰만 한 가득 보았다. 사실 이 로스트 헤븐을 집필하신 작가님께서 박슬기 작가님이셨고, 그랬기에 설정이나 그 방대한 배경에 관해서는 걱정이 없었다만, 전 작인 태화가 내 스타일과 조금 맞지 않았기에 조금은 우려가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정말 기대가 많은 만큼, 실망이 클 수도 있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인지해 왔던 것이었기에 설렘 반, 걱정 반인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런 걱정은 애초에 할 필요가 없었다. 정말이지 불필요한 것이었다. 박슬기 작가님이 이번 로스트 헤븐에서 훨씬 더 발전하여 집필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210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므로 어느 정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박슬기 작가님의 그 엄청난 필력과 탄탄한 설정은 이미 숙지하고 있었기에 그것에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예상을 뛰어넘는 상상력과 배경에 놀랐다. 각종 미래 과학 기구들부터 시작해서 완벽히 설계된 낙원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작가님의 상상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정말 놀랍고도, 놀라웠다.
그저 배경이나 설정적인 부분에서만 발전하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이야기,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없는 플롯 또한 돋보였다. 이런 소설은 정말 오랜만인지라 너무 행복했다. 게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로 독자를 당황시키기 까지 했다. 나중에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을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 과정 속에서 혹사당하는 것은 추리에는 아주 젬병인 내 머리였다.
여기서 더 발전하면 사실이 아닌 것 같지만 놀랍게도 더 발전하셨다. 특히 몰입도 면에서. 지금에서야 밝히는 거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태화가 갈수록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힘들어지는 느낌. 그런데 이 로스트 헤븐은 그런 게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나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몰입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점점 풀려가는 떡밥에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보았다. 미스터리하기 짝이 없었던 낙원의 비밀도, 그토록 궁금했던 케이의 과거사도, 조금씩,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하는데 그게 왜 이렇게 긴장되는지 진짜 내가 케이로, 유림으로, 또 다른 배역들로 빙의한 듯 읽었다.
1, 2권에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많다. 아니, 오히려 읽고 나니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실마리가 보여서 이제 모든 비밀이 드러나는 건가, 싶으면 다른 비밀이 나타나서 내 머리를 헤집고, 또 그것이 풀리나, 싶으면 또 다른 비밀이 드러나는, 그런 일들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내 머리는 빠개질 뻔 하였지만, 점점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 질문만 늘어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아주, 아주 많이, 내가 애정하게 될 책이 될 것 같다. 만약 SF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거나 비밀 속의 비밀이 점점 드러나는, 그런 유형의 책을 좋아한다면 정말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