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로써 살아낸 사람들 이야기
hohojeong 2022/11/1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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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땅의 야수들
- 김주혜
- 16,200원 (10%↓
900) - 2022-09-28
: 3,925
제목을 붙인 이가 작가가 아니고 에디터라고 들었을때 그의 결정이 탁월했다고 생각했다. 제목덕분에, 그리고 표지 일러스트의 유행을 따르지 않은 점이 맘에 들어 읽고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줄거리를 줄줄이 이야기할것 없이 직접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만한 책이었다. 특히 오늘의 20대에게 권하고 싶다. 7080세대이상은 이미 성인이 된 뒤 90년초반부터 문학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았다. 그리고 이어진 6.25까지 내어진 공산당의 거북스러움이 그려진 반공교육을 치열하게 받은 끝세대이고 급변하는 시대에 걸쳐져 다시 공산주의와 화해를 요구하게 된 세대이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번쯤 보아왔던 드라마나 연극, 영화, 방송이나 도서 잡지 내용의 여러단면들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자란 한국인이 아닌 미국에서 자란 한국인으로써의 시선이 낯설어 지루하지 않았다.
작가가 미국인이 아니고 한국에서 지내왔다면 거시적으로 인물을(일본장교)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 작은땅이라고 지칭된 곳에서 더구나 그 반쪽에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리고 민주화를 이끄는 치열한 선배세대를 부모로 두고, 어린시절 무릎에 앉아 일제의 만행을 조부모님께 듣고 자란 우리같은 세대는 전쟁의 자연스러운 일부(P517 : 14) 라며 인간의 변질이 전쟁속에 어쩔 수 없이 빚어진 잔혹함이라고 정리해버리는 것은 피해입은 당사자가 우리 민족이라 못내 심히 불쾌한 것이다.
아마다 겐조나 이토 아쓰오 같은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불편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전쟁속의 사람을 개인으로 보는 작가의 시선이 지금 이시대에는 적절하다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공감하였기에 세계적 관점, 인간적인 고뇌등 전쟁과 역사안의 내가 아는 어떤 철학과 상념들을 둥글게 버무려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어 삼켜 버리고서는 좀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이야기를 쫓아갔다.
지금도 공산주의를 독재와 묶어 생각하는 우리나라는 정치에서 북한을 옹호하거나 복지를 강하게 어필하기만해도 빨갱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농담속에 진심을 담아 상대를 비꼬듯이 한다. 우리가 무력으로도 강할때 독립이 가능하고, 자주적으로 국가를 수립할 수 있으므로 사상을 내세우지 말고 합하기를 원한건 미국편에 선 민주주의자들이 아니었다. 상해와 연해주에 있던 우리독립운동가들은 그렇다면 모두 공산당인 셈이다.
일제때 줄다리기를 잘한 사람들은 해방이 되어서도 역시 반공으로 잘 살았다. 나라를 위해 한몸 아니 온가족을 희생하였어도 민중을 위해 좋은 나라를 만들자던 공산주의 이론에 행동을 보여준 투사들은 마음속에 이상주의를 품고 손에는 피를 묻힌 상태로 남겨졌고, 그런 줄다리기선수들에게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런이유로 3.1운동이후부터 6.25를 지나 38선이 만들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소설을 읽기란 참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며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우리민족의 그 '恨'이라는 것이 내게도 차곡차곡 쌓이는 듯 해서 숨을 고르게 된다. 남정호가 북으로 넘어가 그의 공로를 인정받고 그곳에서 살았더라면 싶었다. 너무나 순수한 정호의 죽음이 야수로써 살아온 마지막 호랑이의 어린호랑이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죽었다던 마지막 호랑이의 죽음은 분단으로 허리가 잘린 우리나라의 모습이라 여겨졌다.
"아무도 믿지 말고, 불필요하게 고통받지도 마. 사람들이 하는 말뒤에 숨겨진 진실을 깨닫고, 언제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 "
-P.512:2 ~ 3
"넌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군."
- p.512:11
그렇다면 정이 많고 관계에 의미를 크게 두는 나같은 또는 우리같은 옥희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철수를 키우는 일이 생겨서 살아야할까?
"어쩌면 사람은, 그가 살아 있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 P 535 :16 ~ 17
계속 살아남아 이 땅에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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