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마음을 주는 일, 장애의 역사
하린 2021/01/05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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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의 역사
- 킴 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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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0-11-05
: 1,908
정말 열심히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커다란 행운이다. 장애를 중심으로 미국의 역사를 다시 바라보는 일. 배제되었던 인물들을 역사의 한가운데에 가져다 놓는 일.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언어를 배웠고, 나의 무지를 돌아보았으며, 자각하지 못했던 편견이 깨어지며 내 영혼의 외연이 확장되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정치적 올바름에 관심이 있지만 무엇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이자 교양서가 아닐까?
킴 닐슨은 페미니스트이자 장애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다. 그런 그가 주목한 역사 속의 ‘장애’라는 개념은 생동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틀린 줄도 모르고 장애를 정지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일관적이고 신체에 국한된 상태로 관념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자 나의 짧은 식견이 부끄러워졌다. 지정학을 배우며, 젠더를 공부하며,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며 수없이 말했던 논리의 반복이 아닌가. 그 모든 관념들이 정지해 있지 않듯이 장애 또한 그렇다. 장애는 몸과 정신의 상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가 장애를 정의하는 범주와 기준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우리는 맹인, 농인, 발달장애인 등의 분류를 넘어서야 한다. 특정한 장애의 형태를 뭉뚱그리지는 말이 아니다. 우리를 속이고 장애의 다양성과 유동성을 배제하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버리자는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작가가 비장애중심주의를 이야기하며 인종, 젠더, 계급, 경제적 상황에 대한 논의를 빼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의 분석은 한층 유의미하다.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처한 사회적 조건에 따라 그 경험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름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놀라웠던 건, 인종주의와 성차별로 얼룩진 장애의 역사를 되짚으며 장애와 성별, 인종이 각각의 독립된 요인으로 작용해 차별을 가속화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성이라는 열등하게 여겨지던 성별, 백인에 비해 미개하게 취급되던 유색인종. 그 모든 정체성이 이 사회에서는 장애 그 자체였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결국 우리는 타인을 배제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도 흘러넘치지만. 전부 담을 수 없으니 책을 강력히 권하며 글을 마친다. 만약 당신이 책을 읽기 전의 나처럼 전문적으로 정치 이론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다면. 하지만 그런 당신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의무감이 들기 시작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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