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책 중 가장 흡인력 높은 작품이었다. 집어든 자리에서 끝내 버릴 정도였다. 앞의 두 책과 달리 이 책은 중장편 소설 '하얀 까마귀'만을 담고 있다. 철학적인 성찰은 아니지만 섬뜩한 현실이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결말이었다. 인기 많은 게임 방송 BJ 주노는 느닷없이 과거 조작설에 휘말리고, 그 이후로 그는 서서히 몰락하고 있다. 그런 주노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VR 공포 게임 Inside of Mind 2의 발표회에 참여하여 게임 클리어 과정을 생중계하는 일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계약서인 데다 게임 자체의 안전성도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주노는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참여한다. 과거를 기억 못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한다. 게임은 이렇게 시작된다.
IOM은 게임 참여자의 트라우마를 재구성하여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참여자에게 제공한다. 주노에게도 맞춤형 공포의 맵이 펼쳐지고, 그건 주노가 외면했던 과거의 현실로 주노를 인도한다. 글에서 묘사되는 게임 속의 공포스러운 배경이 무척 생생했다. 공포 게임 속 기괴한 크리처들과 음산한 스테이지, 점프 스케어 같은 것들이 텍스트임에도 현장감 넘치게 다가오는 점에 읽는 내내 감탄했다. 결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직접 책으로 확인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늘한 인용구와 함께 글을 마친다. 거짓말은 사람을 죽인다, 그다음에 진실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