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
- 오한별.유승현.김희성
- 15,120원 (10%↓
840) - 2024-02-26
: 86
오랜 직장생활 끝에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었을 때,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프리랜서는 프리한데 프리하지 않다’ 라는...그땐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잘 몰랐는데 프리랜서로 첫 일을 받아 하자마자 바로 깨달았다. 회사에서는 본인들 퇴근할 때 나한테 일을 넘겨주니 본격적인 일이 저녁부터 시작될 때가 많고, 납기일을 정할 때도 내 사정보다는 회사의 사정을 우선시하게 되다 보니 ‘프리하지만 프리하지 않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수정해달라는 요청이 오면 밤이고 낮이고 컴퓨터를 켜서 작업해야 했고, 깜빡 잊고 노트북을 두고 간 날엔 PC방에 가 “한글파일 있는 자리가 어디예요?”를 다급하게 물어야 했다. 밤낮이 바뀐 건 뭐, 기본이었고. 그때 야금야금 갉아먹은 젊음과 체력이 지금의 골골한 나를 만들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나 뭐라나.
그 이후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가 다시 프리랜서의 기로에 서있는 지금, 《살다 살다 프리랜서도 다 해보고》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세 명의 에디터가 프리랜서로 살며 느끼고 깨달았던 점을 적은 인생 성장기인데, 이들은 회사 생활의 고단함도 고단함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봄볕도 누리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프리랜서가 되었다고 한다. 출퇴근시간이라든지 인간관계 등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삶. 원하는 장소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일할 것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도 처음에는 미처 몰랐던 거다. 출근이 없다는 말은 곧 퇴근도 없다는 말인 걸...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읽었다. 특히 번아웃 뒤에 쉴 때는 매거진을 펼쳐보지도 않았다는 말이 마음 깊이 와닿았다. 전부 일처럼 느껴져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없었다는...나 역시 출판계에 종사했을 때는 책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기에 그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기계적으로 읽고 오탈자를 잡아내고 문장을 고쳐야 했던 시절에 오롯이 나를 위한 독서란 사치였으니까. 또, 쥐가 내 손톱을 먹고 나로 변신해서 대신 일해주면 좋겠다는 구절을 봤을 땐 웃음이 터졌다. 와, 어쩜 이렇게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이게 글 쓰고 기획하는 자들의 숙명인 건가 싶었다.
짧게 겪어 봤던 프리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이번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들어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시절. 일이 테트리스라면, 주어진 일을 한줄씩 착착 쳐내면 되었던 회사원 때완 달리 프리랜서가 되고 보니 어떨 땐 쳐낼 블록이 아예 없고 또 어떨 땐 너무 많이 쏟아지는 블록에 온몸을 두드려맞기도 했다. 뭐든 중간이 없다! 그래서 내가 중심을 똑바로 잡지 않으면 휘청거리게 되는 것 같다. 저자들의 말처럼 “결국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나뿐이며 믿을 사람 또한 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프리랜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팁도 많이 얻었다. 체력을 기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 책상에서 뚝심있게 일을 해내려면 덜 피곤하고 덜 지쳐야 하는데 그럴 때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을 인터넷이 필요한 작업과 그렇지 않은 작업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도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니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자잘하지만 품이 드는 일들은 자투리 시간을 쪼개 해결하면 된다니 그것도 해봐야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완성도 높게, 빠른 피드백과 마감 기한을 지키는 것도 꼭!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면 출퇴근에 비견될 만큼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 일하더라도 꼭 출퇴근하듯 일정하게 일을 해야겠다. 세 프리랜서 선배님들처럼 나 역시 내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고 싶으니까.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