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이런 디테일한 조리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걷기와 마찬가지로 요리도 한번 해보면 일종의 관성이 붙어서 계속하게 된다. 내가 먹는 밥에 나의 시간을 들이는 일은 짐작보다 훨씬 충만한 일이다.
세게 일상의 루틴이 닻의 기능을 한다. 위기상황에서는 매일 꾸준히 지켜온 루틴을 반복하면 일상으로 돌아갈스 있다는 희망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실제로 내가 아는하 정신과 의사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환자들에게 그게 무엇이든 루틴을 정해놓고 어떤 기분이 들든 무조건 지킬 것을 권한다.
내가 지키는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단 러닝머신 위에 올라가 걸으며 몸을 푼다.
아침식사는 반드시 챙겨먹는다.
작업실이나 영화사로 출근하는 길엔 별일이 없는 한걷는다.
루틴이란 내 신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골치 아픈 사건이 일어났든 간에 일단 무조건 따르고 보는 것이다.
고민과 번뇌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묶어두는 동아줄같은 것이다.
나는 생각들을 이어가다가 지금 당장 답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면, 그냥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편이다. 살다 보면 답이 없다는 말을 중얼거리게 만드는 문제들을 수없 이 만난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 장 해결하고 싶은 조급함 때문에 좀처럼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어쩌면 그 순간 우리는 답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답이 없을 때마다 나는 그저 걸었다. 생각이 똑같은 길을맴돌 때는 두 다리로 직접 걸어나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것 같다.
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여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오늘도 기도하듯 다짐하듯 말해본다.
"힘들다,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