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위한 경제서의 장점과 한계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홍승욱, 로크미디어
‘돈의 역사’라는 단어가 왜 그렇게 인상적으로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평소 돈에 무지해서였을까? 유심히 봐서 그런지 광고를 많이 하는지 자주 눈에 띄었고 좋은 평도 많았다. 그러고 보니 ‘50’이라는 요즘 트렌드를 따르기도 했다. 어쩌다 보니 최근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와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유쾌하게 습관을 바꿔주는 50가지 신기술』를 연이어 읽은 터라 그런지 익숙하게 다가왔다. 내친 김에 알라딘에 50이라는 검색어를 쳐보니 2019년에 나온 책 제목에 50이 들어간 책이 부쩍 많다. 거슬러 올라가니 2014년에 또 여러 권 나온다. 5년만에 유행이 다시 돌아왔나 보다.
암튼 읽다 보니 경제사였다. 이웃들에게 권한 책임감을 핑계 삼아 내친 김에 소감 몇 자 써보려고 한다. 책은 모두 7부로 이루어져 있고, 각 부마다 5~8개 장이 들어있다. 이 책이 일반 경제사와 다른 점은 통사가 아니라 작가의 기준으로 카테고리를 정하고 그에 맞는 경제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을 골라서 정리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은 『B급 세계사』의 서술 방식과 아주 비슷하다. 다만, 『B급 세계사』는 50대 사건이 아니라 55대 사건이고, 『돈의 역사』에는 각 부의 말미에 그런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서술했다는 점이 다르다. 읽다 보니, 바로 이 교훈 부분이 많은 독자에게 어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는 이 책의 특징 내지는 장점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보인다. 알라딘 서평을 보니 별이 하나부터 다섯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나는 별 세 개 주고 싶다.
필자는 세계 역사를 바꾼 중요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고 한다. 필자는 이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일단 이 책이 돈의 역사에 대한 연구서는 아니다. 돈의 역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내 맘대로 이해한 면도 있는데, 다시 생각해도 돈의 역사에 대한 연구서는 아니다. 돈의 역사라고 하면 돈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떤 기능을 했는지 이런 이야기여야 할 텐데 그런 내용은 아니다. 경제 관련 큰 사건을 7개 카테고리에 구성하고 그에 맞는 내용을 기존의 경제서에서 발췌하여 모으고 그 사건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제시한 책이다. 저자의 통찰력이 보이는 부분은 교훈 부분이다. 물론 그런 교훈을 얻기 위한 역사적 사건을 범주에 맞게 골랐다는 기획력도 독창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내가 공부한 분야가 한국학이다 보니 아무래도 2부 대항해시대로 열린 ‘글로벌 경제’ 쪽에 눈길이 간다. 2부의 내용은 중국 명나라가 조세개혁으로 은이 부족할 때 신대륙 발견으로 아메리카의 은이 명나라로 유입되었다.(명나라의 은 가치가 유럽의 두 배였기 때문에) 다시 삼국시대와 한 나라로 돌아가서 한 나라 멸망 이유는 흉노와 싸우는 과정에서 재정이 어려워져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여 상업을 위축시키고, 귀금속의 가치를 싸게 매겨 해외의 물건을 구입하여 귀금속이 줄어들었다. 인구까지 감소한데다 자급자족 장원이 번성하니 국가 경제는 더 나빠져서 북방 유목민족의 공격을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명나라로 돌아와 명나라 멸망 이유를 서술한다. 명나라 때까지 중국은 서양보다 잘 살았다고 하면서, 은까지 많이 들어왔는데 명나라가 망한 이유는 기후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청나라는 인구가 너무 늘어서 임금이 하락했다. 저자는 이런 2부의 사실을 근거로 화폐 공급이 줄 때 경기가 나빠진다는 교훈을 얻는다.
애당초 이 책이 통사가 아니므로 중국사 서술을 시대 순으로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삼국시대 이야기를 굳이 명나라 왜구 다음에 넣었는지 잘 모르겠다. 또 왜구가 아니라면서 왜 왜구라고 제목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또 명나라 멸망 이유가 기후 때문이라면 그것이 돈의 역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청나라 인구 증가가 실질적 인구 증가가 아니라 통계에 잡힌 것이 많아진 면도 있다면서 왜 임금 하락이 심해졌는지도 이해가 안 간다. 교훈의 화폐 공급이 줄 때 경기가 나빠진다의 명제는 화폐 공급 감소 = 불경기 아닌가? 원인 결과인지 단순히 선후인지 아니면 동어 반복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다.
지금 2부만 살펴봤는데, 다 읽지는 못했지만 다른 부분도 이런 식으로 따져가다 보면 비슷한 사례가 많이 나올 것 같다.
교훈 7가지는 대부분 상식적 내용이다. 다만, 건전 재정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마지막 7부의 교훈은 잘 모르겠다. 이 부분은 다른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