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권은 생태동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작가가 쓴 책을 서너 권은 본 것 같다. 그중에 <겁쟁이>라는 동화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까지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생각할 거리가 더 많다. 초판이 2002년인데 2018년에도 찍었으니 인기도 많은 모양이다.
수민은 감골에서 들머리로 전학 온 아이다. 감골에서 살 때도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들머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철식을 비롯한 들머리 아이들은 뱀을 잡아 땅꾼에게 판 돈으로 용돈을 한다. 그런데 수민이가 뱀을 너무 무서워해서 아이들이 놀린다. 어느날 수민이가 우연히 꽃뱀을 잡게 되어 꿈속에서 꽃뱀과 이야기 나누며 꽃뱀의 생태를 이해하게 되고, 둘은 많이 친해진다. 이것을 알게 된 철식이가 꽃뱀을 잡아 땅꾼에게 팔고 수민이는 뱀 상자를 다 풀어준다. 철식이가 구렁이에 물릴 뻔한 것을 수민이가 구해주는데, 이때 꽃뱀과 재회한다. 철식과 수민은 사이좋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철식과 수민의 우정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이들의 우정이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들머리 아이들은 뱀을 잡아야만 한다. 가난하기 때문이다. 수민 집 역시 가난하긴 마찬가지다. 홀어머니는 다리가 많이 짧은데, 시장 구석에서 바닥에 좌판을 깔고 생선 장사를 한다. 수민이가 뱀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지만, 철식을 따라서 뱀잡으러 다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뱀과 소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뱀을 잡아야 하는 철식이 무리, 뱀을 잡을 수 없는 수민이, 과연 이들이 같이 어울리며 뱀을 잡으러 다닐 수 있을까? 그렇다고 철식이 무리가 뱀을 안 잡을 수 있을까? 이들의 우정이 지속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뱀 잡으러 다닐 때는 따로 놀고, 뱀 안 잡으러 다닐 때만 같이 논다면 그들의 우정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책을 처음 읽으면 훈훈한 결말에 마음이 편안해지지만 다시 생각하면 쉽지 않은 문제를 너무 쉽게 마무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