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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새벽의 셰에라자드 2』입니다.
천일야화가 현대의 르네 아디예 작가를 만나 활기찬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1권이 셰에라자드와 할리드가 서로를 탐색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맞춰져 있었다면 2권은 할리드의 저주를 풀기 위한 여정과 타리크가 이끄는 반란군이 일으키는 전쟁이 주 이야기가 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며 모든 글자들이 결말로 달려가는 알-함사(타리크가 타는 아라비아말의 종류) 같았어요. 얼마 남지 않은 책을 붙들고 결말이 어떨지 걱정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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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가진 힘을 믿어요.
『새벽의 셰에라자드』를 읽는 것은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소설이 주는 이야기 자채의 즐거움이 좋았어요.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이 계속되고, 낯선 즐거움을 주는 새로운 인물도 계속해서 나왔기 때문이죠. 또한 셰에라자드를 비롯한 소설 속 인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참 매력적이었어요. 천일야화의 다른 이야기를 가져오거나 혹은 저자가 만들어낸 이야기로 추측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한 여러 이야기는 날실과 씨실처럼 화자의 상황과 엮여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에게 다가왔어요. 저주의 굴레를 멈추는 힘을 주고, 마음을 닫은 이에게 깨달음을 주고, 진실을 품고 있고, 숨어 있는 희망을 발견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사랑의 힘은 변화를 일으키죠.
올바른 사랑은 증오를 누그러트리고, 감히 저주를 끊을 용기를 줍니다. 사랑의 힘은 미래를 그릴 수 있으며, 타인을 위하는 희생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모든 게 셰에라자드와 할리드가 서로에게 빠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납니다. 이 둘의 사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불씨가 되죠. 이들의 사랑은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눈을 열어 줍니다. 타리크의 오해를 푸는 것도 셰에라자드의 아버지인 자한다르가 깨달음을 얻는 것도 모두 올바른 사랑의 표현 즉,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생명의 소중함은 불변의 가치입니다.
호라산의 칼리파는 피할 수 없는 전쟁에 임합니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불필요한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지역에서는 드론에 쫓기던 마지막 생존 군인이 드론 속 카메라에 자신의 생사를 물었죠.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는 호출기에 심긴 폭탄이 터져 수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 소설을 읽었지만 현실이 떠올리게 되죠. 폐허가 된 도시 곳곳을 다니며 직접 재를 치우고 돌을 나르는 칼리파 할리드의 모습은 지금껏 봐온 어떤 인물보다도 따뜻했어요. 소설 곳곳에 베여있는 연민과 이타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이들보다 소중한 게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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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은 지루할 거 같아 2부작으로 줄이셨다더니 작가님이 독자들을 어질어질 롤러코스터를 태웁니다. 정신없는 전개를 따라 결말에 다다르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각나요. 2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셰에라자드의 마법 훈련과, 아르탄 테무진의 서사가 짧게 느껴져요. 데스피나와 에이바의 반전이 갑작스럽게도 느껴지고요. 큰 줄기를 위해 가지치기를 많이 하거 같아요. 3권 시리즈도 좋은데 말이죠.
셰에라자드와 할리드의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성숙하고 지적인 사랑을 엿보는 즐거움도 색달랐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야기가 주는 재미와 감동은 지속될 거란 믿음을 주는 소설 『새벽의 셰에 라자드』입니다. 르네 아디에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나오면 좋겠네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
덧, 과몰입러로서 정말 아쉬운 점은 1권에서 셰에라자드의 아버지가 들고 있던 장미꽃의 색이 진분홍빛이라고 묘사된 것이이에요. (원서에는 어떤지 모르지만) 2권에서는 1권의 날을 묘사하며 잎 끝에 보랏빛이 있다고 나와요. 셰에라자드가 좋아하는 색이 보라색이란 설정에 좀 더 어울리고 수미쌍관을 맞추려면 1권에서 장미잎의 색깔을 보라빛이라고 해주면 더 좋았을 거예요. 색이란 게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고 진분홍과 보라의 차이는 크게 없음을 알고 있지만, 앞에서 던진 떡밥을 뒤에 회수하는 짜릿함이 있으니까요 XD
#문장수집
'하지만 우리 가족을 안전하게 지켜야 해. 그리고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야 해. 그런 다음 할리드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거야.'
P. 40
그들은 온전한 존재의 반쪽으로 존재하는 한 쌍이었으니까. 할리드는 그녀에게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셰에라자드도 그에게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서로는 상대방에게 종속되는 관계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서로가 합쳐져 온전한 하나를 이루는 존재였다.
P. 222
당신이 찾는 평화가 여기 있어요. 싸워서 얻어내요. 내가 같이 싸워줄게요.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어요. - 셰에라자드
P. 231
화 그만 내요. 도움이 왔을 땐 받아요, 할리드-잔. 진정한 힘은 주권을 휘두르는 데서 오는 게 아니에요.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고 받을 줄 아는 용기를 갖는 데서 오는 거라고요.
P. 242
할리드는 코끝으로 그녀의 귓가를 쓸면서 고마운 듯 미소 지었다.
"저 하늘의 별에서 별 끝까지."
P. 244
오늘 밤, 모든 게 끝날 것이다. 운명은 바보들의 편이 아니던가. 셰에라자드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P. 248
"당장 치우지 못해, 이 성질 나쁜 놈들아! 남자 놈들 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어! 여자들이 세상을 다스리면 훨씬 살기 좋아질 텐데."
P. 270
"할리드 이븐 알-라시드! 당장 그만둬. 그런 짓을 하면 셰에라자드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거야!"
P. 318
모두가 그녀에게 바라는 대로 누군가의 얌전한 아내가 되는 데 그치지 말라고, 어딜 가든 네 방식대로 모두의 주목을 받으라고 셰에라자드를 격려했던 순간들.
P. 341
그는 복수를 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복수란 하찮고 공허한 것이었으니.
그는 아내를 되찾으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그의 아내는 되찾을 수 있는 물건 같은 존재가 아니었으니.
그는 휴전을 협상하러 이곳에 온 게 아니었다.
휴전이란 협상할 마음이 있을 때 하는 것이었으니.
그는 무언가를 완전히 불태우러 이곳에 왔다.
P.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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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첩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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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온전한 존재의 반쪽으로 존재하는 한 쌍이었으니까. 할리드는 그녀에게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셰에라자드도 그에게 속한 존재가 아니었다. 서로는 상대방에게 종속되는 관계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서로가 합쳐져 온전한 하나를 이루는 존재였다.
P. 222- P222
당신이 찾는 평화가 여기 있어요. 싸워서 얻어내요. 내가 같이 싸워줄게요.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어요. - 셰에라자드
P. 231- P231
할리드는 코끝으로 그녀의 귓가를 쓸면서 고마운 듯 미소 지었다.
"저 하늘의 별에서 별 끝까지."
P. 244- P244
오늘 밤, 모든 게 끝날 것이다. 운명은 바보들의 편이 아니던가. 셰에라자드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P. 248- P248
"당장 치우지 못해, 이 성질 나쁜 놈들아! 남자 놈들 하는 꼴을 보니 도저히 안 되겠어! 여자들이 세상을 다스리면 훨씬 살기 좋아질 텐데."
P. 270- P270
모두가 그녀에게 바라는 대로 누군가의 얌전한 아내가 되는 데 그치지 말라고, 어딜 가든 네 방식대로 모두의 주목을 받으라고 셰에라자드를 격려했던 순간들.
P. 341-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