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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딱님의 서재
  •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
  • 봄봄
  • 16,200원 (10%900)
  • 2026-07-07
  • : 2,455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책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지만, 공유되지 못한 내밀한 경험이 궁금했고, 가족제도 바깥에서 살아도 괜찮은 삶의 방식이 알려지길 바랐다. 나는 80년대생으로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이하 공간비비) 조합원이다. 20대 후반에 공간비비를 만났으며, 현재 40대 초반에 이르렀다. 그들 곁을 함께 지나오며, 어지러웠던 내 삶은 서서히 달라졌다. 누구에게나 이런 인연을 맺는 행운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젊은 시절, 나는 일에 적응하기 어려웠으며 인간관계는 자주 미끄러졌다. 스스로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과 불안이 컸다. 그때마다 공간비비에 들러 세 명의 활동가들에게 기대 인생 상담을 하고, 그 울타리에서 '공부를 통해 계속 변화하고 돌봄 실천을 통해 신뢰관계를 쌓으며'(p.63)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청춘의 시간을 통과했다. 그들은 언제나 길 잃은 이들을 환대했으며, 각자의 내면의 힘을 믿을 수 있도록 공감과 위로, 조언과 기다림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응원과 지지 덕분에 나 또한 서툴게나마 비혼여성 1인가구로서 셋 이상의 공동체 관계 실험을 하고, 실패하고, 일어서고, 유지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전주에 위치한 공간비비를 탐방하러 온다. 이들은 공간비비가 어떻게 2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버티며 새로운 형태로 확장해왔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2003년 '비혼들의 비행'이라는 소모임이 '비혼여성'이라는 위치에서 돌봄과 공동체의 가치를 체현하며 변화해온 과정에 대한 세심한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공동체 실험은 곧 한국 사회의 가족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닫힌 정상 가족 신화를 부수고, 현존하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통한 제도적 인정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변화를 촉구한다. 또한 공동체 윤리를 새로 쓴다. 각 자의 역할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보다 자율적으로 각 자 할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책임의 윤리’(p.190)를 통해 ‘공평보다는 평평’(p.193)이라는 윤리적 기준을 제시한다.

 

한국 사회에서 혼자 살아가는 일은 각자도생, 곧 경제력과 능력으로 무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혼자 살면 돈이라도 많아야 한다, 결국 가족밖에 없다, 나이 들어 진정한 친구는 없다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그만큼 혈연·혼인·입양이라는 가족 제도를 넘어선 새로운 친밀한 관계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방식은 생각만큼 지지받지 못한다. 가족 제도와 로맨스 규범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실패의 순간마다 문화적 인정과 자원은 미약하며, 새로운 공동체적 관계는 상처와 환멸로 이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경험한 공간비비는 '대단한 신념'이 아니라 '일상의 신뢰'를 쌓아가고자 노력했다. 일상에서 '다름을 조율하며 서로의 꼴을 보아주며'(p.62)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자 '참고, 기다리며, 견디며'(p.195) 세월을 통과했다. 단절과 회피가 아닌 방식으로 '저마다가 편안해하는 최적의 거리를 알아채고'(p.199), 세 명의 상근활동가가 안정적인 구심점이 되어 조합원 각자가 가진 강점과 자원을 발견하도록 지지했다. 그들의 환대와 돌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각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며'(p.62), 어느새 서로의 취약한 면을 이해하고 상호 돌봄을 배우게 되었다.

 

공간비비의 삶은 성공의 문법과 다르다. 신자유주의적 삶의 흐름을 기꺼이 비껴가며, '돈을 많이 벌지 않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몸도 마음도 재구성'(p.110)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그들은 비혼여성이라는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갈 용기를 주고받는다. 나 역시 그 곁에서 ‘나에게 맞는 비행고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이 책이 가족제도 바깥에서 다르게 늙어가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혼자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하나의 참고문헌이 되길 바란다.

‘무엇이 되어야 한다가 아니라 각자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며‘(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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