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정말 술술 읽힌다. 작가님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일단 정말 재밌어서 좋았다. 차태현과 고창석, 박보영 배우가 나오는 블랙코미디가 섞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 같달까. 상황이 정말 막장드라마처럼 꼬이는데 순간순간 웃음이 터지고 그 속에 감동까지 챙겨주는 훈훈한 가족 드라마. 이 소설이 그랬다. 막장의 요소를 폭탄처럼 쌓아가면서도 마지막엔 핵폭발이 아닌 아름다운 밤하늘의 불꽃놀이로 터지는 듯한 엔딩.
원래부터 좋은 거였는데 수시로 까먹게 되는 존재들, 가족. 결코 완벽할 순 없겠지만 이들과 함께이기에 산적한 문제들로부터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문학이야말로 늘 우리가 겪는 고통과 비극으로부터 돕기 위한 대안과 방법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건네주고 있지 않나 싶다. 정은숙 작가의 소설들을 좀 더 찾아 읽어보려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맞서 싸울 용기를 다지고 대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상 유쾌하게 정면돌파해 나가는 선빈이와 그 주변 사람들, 그들의 가족을 응원해 본다.
주민하가 가족 문제를, 아니, 가족 자체를 X라고 부르는 게 확 이해됐다. 무턱대고 믿어서, 무지하게 굴어서, 방탕하게 살아서 돈을 날리고, 돈 때문에 좋았던 관계까지 다 깨지는 ...... 가슴 아프지만 망한 스토리는 전형성이 있었다.
물론 뻔하다고 가볍게 들을 수만은 없었다. 거기에 멍든 얼굴까지 보고 있으니 더더욱. 무거운 분위기가 부담스러워 선빈이 가벼운 밸런스 게임 문제를 냈다.
"돈, 사랑, 둘 중에 뭐 고를래?"
주민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쉬웠나? 자본주의의 시녀답게 역시 돈이구나.
"그게 문제야? 돈 있는 남자 만나 사랑하면 되지."
유레카였다. 이런 머리로 어찌 그런 등급을 받는 건지.
(p. 166~167)
사람이 관계된 일에 우스운 건 없어. 결과가 우습게 보일 순 있겠지만 그 일에 엮인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마음만큼은 함부로 비웃으면 안 돼.
(p.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