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의 소설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은 영화로 만들어진 <쇼생크 탈출>, <미저리>입니다. 소설을 쓰는 능력이 뛰어난거 같아요. 그는 <홀리> 를 쓴 동기가 신문에서 아래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친절한 노부부인줄 알았다. 뒷마당에서 시신이 잇따라 등장하기 전까지는."지나칠 만한 신문 기사를 보고, 소설 재료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그를 유명한 소설가로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소설가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주변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능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범인은 초반부에 밝혀집니다.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군지 알지만, 나설 수는 없죠. 사설 탐정이 범인을 밝혀내 가는 과정을 지켜봅니다. 한 명의 실종 사고로 시작되지만, 연쇄 살인으로 밝혀지기 까지 쉽지 않습니다. 독자는 근처에 있는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의심조차 할 수 없죠.
5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지만 독파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희생자가 더 나오기 전에 주인공이 누가 범인인지 빨리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 할 부분이 있습니다. 홀리라는 사설 탐정의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대충 읽으면서 넘어갔습니다. 사건과는 관계 없는 내용이라서 몰입감을 방해했거든요. 물론, 꼼꼼하게 읽었다면 홀리라는 사설 탐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을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소설은 결말이 미치도록 궁금합니다.
범인이 계획적으로 설계한 플롯을 무너뜨리는 것은 증거품 이었습니다. 사실 대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동일한 증거품과 상황을 보면 유추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찰은 가장 쉽게 생각하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합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범죄를 계획할 때 반드시 시체는 숨겨야 한다는 사실로 이어집니다. 실종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실마리는 주변 사람들의 탐문 조사였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말들이 결정적인 의심으로 이끌었습니다. 탐문 조사를 할 때 도움이 될 증언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탐문 조사는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의 눈을 피할 수는 없고, 속일 수도 없습니다. 형사들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러 다녀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만큼 많이 힘들거 같습니다.
돈을 받고 일하는 사설 탐정이 사건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윗사람 눈치 안봐도 되고, 기관이나 정치 짓거리 신경 안써도 되고, 오로지 사건에만 매달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사설 탐정은 돈을 받으려면 명확한 증거를 찾아서 법이 집행되도록 해야 하니 공권력을 앞세워 거짓을 만들 수 없습니다. 정치 검사라는 말이 새삼 놀랍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제 정치 경찰까지 나오는 것 같아서 씁쓸합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는 걸까요?
이 책의 결말은 마치 영화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영화 같은 극적 긴장감을 연출합니다. 항상 쉽게 끝날리 없죠. 제가 좋아하는 결말입니다. 아직 머리 속에 소설의 등장 인물들과 장소, 배경의 잔상들이 남아 있습니다.며칠 동안 떠나지 않을거 같네요.
2024.11.02 Ex. Libris. HJK
그곳은 이제 구도시라 상태가 별로 좋지 않고 그 바로 옆에 자리한 호수도 마찬가지지만, 제법 괜찮은 곳도 더러 있다.-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