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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 Libris HJK
  •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 15,750원 (10%870)
  • 2024-09-02
  • : 42,73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은 지 어느덧 9년이 지났네요. 2015년 1월쯤에 읽었거든요. 흥미롭게 읽었는데, 당시에 잘 이해를 못했던거 같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원제는 <The Sense of an Ending>입니다. 한글판 제목이 유추가 안됩니다.



이번에 읽은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의 원제는 <Elizabeth Linch>입니다. 한글로 엘리자베스 핀치입니다. 엘리자베스 핀치는 이 책에 나오는 주요 등장 인물입니다. 이 책의 화자는 성인으로 구성된 문학 강의반에 다니는 수강생이었고, 엘리자베스 핀치는 문학 강의반의 선생님입니다. 즉, 스승과 학생 관계입니다.

초반부는 엘리자베스 핀치의 강의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중반부는 엘리자베스 핀치가 내준 숙제인 에세이로 구성되고, 후반부는 화자가 엘리자베스 핀치를 회상하고,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제목이 대체 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돈 벌기 위해 책을 출판하고, 많이 팔기 위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들이기 위함은 이해하지만, 한글판 제목 선정은 아쉽네요.

엘리자베스 핀치가 진행하는 수업에 많이 나온 역사적 인물이 있습니다. 배교자로 불리운 율리아누스입니다. 로마 황제 중의 한 명입니다. 로마 황제들이 로마의 국교를 기독교로 정한 것과 달리 율리아누스는 그리스 신을 숭배했던 황제입니다. 소를 희생해서 제사를 지냈고, 신의 동상을 보존했으며, 신탁(점)을 했었습니다. 유일신을 믿는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했지만, 기독교를 탄압하지 않았습니다. 종교, 철학를 이해하고, 제국 행정도 잘 했던 황제였습니다. 엘리자베스 핀치는 율리아누스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배교자도 기독교인들이 일방적으로 붙힌 호칭일 뿐입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옛 신들은 빛과 기쁨의 신들이었죠. 사람들은 다른 삶은 없다고 알았고, 따라서 이곳에서 무가 우리를 가두기 전에 빛과 기쁨을 발견해야 했습니다. 반면 새로운 기독교인은 어둠, 또 고통과 예속을 좋아하는 하느님에게 순종했어요. 이 하느님은 빛과 기쁨이 오직 사후에 자신의 사탕 과자 같은 천국에만 존재하며, 거기에 이르는 길은 슬픔, 죄책감, 공포로 가득하다고 선포했죠.

율리아누스가 쓴 글을 읽으면, 유대인과 기독교인에 대한 비판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너희가 거머리처럼 그 원천으로부터 가장 나쁜 피를 빨아들이고 더 순수한 피는 내버려두는 일이 벌어졌다. 너희 가운데 가장 가치 없는 자들을 끌어들인 예수는 이름이 알려진 지 30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평생 들을 가치가 있는 일을 이룩하지 못했다. 몸이 비틀리거나 눈이 먼 자를 치료하고 벳새다와 베다니에서 마귀 들린 자들에게서 마귀를 쫓아낸 일을 대단한 업적이라고 친다면 몰라도.

저의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학생, 청년 시절에 비해 신앙심이 약해졌을지도 모르지만, 기독교가 지향하는 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정치화, 상업화된 교회는 단호히 배척합니다. 교회가 보수화된 기득권 세력을 추종하는 현상을 싫어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은 인간과 동일한 모습을 보입니다. 질투, 욕망, 증오, 애증, 사랑 등의 감정을 가지고, 표현합니다. 기독교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들은 살면서 하나님의 가르침대로 살면서 회개하고, 십계명을 지키면서 경건하게 살아야 비로소 천국에 들어가서 영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가르침을 추구하는 기독교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과연 가르침대로 살았을까요? 왜 기독교가 지배한 중세를 암흑기라고 부를까요? 마녀 사냥, 종교 전쟁, 교황의 부정과 비리, 타종교 탄압 등 기독교도들이 역사에서 저지른 추악한 짓들이 많습니다. 독재와 인권 탄압을 위해서 종교가 많이 이용되는데 기독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율리아누스 황제를 찬양했다는 내용을 알고, 히틀러의 조잡한 생각으로 그를 평가한 것에 화가 났습니다. 율리아누스는 이론과 논리로 기독교에 대한 반대 의견을 주장했습니다. 히틀러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들을 많이 인용합니다. 헤겔, 바그너, 니체 등도 여기에 속합니다. 그들의 철학과 음악을 자신의 정치를 위해 이용합니다.

저는 엘리자베스 핀치의 사고와 견해에 긍정적입니다. 동의가 아니고, 긍정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제가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번만 읽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또 한 권의 책을 읽을 생각입니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 2 권입니다. 저의 소장본은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 권에 율리아누스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2 권을 읽은지 몇 년 되었습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이번에 다시 읽어 볼 생각입니다. 과연 율리아누스를 이번에 읽으면 어떤 생각을 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앞으로 기억하고 싶은 에픽테토스의 <편람>의 핵심 머리말을 옮깁니다.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을 하면 "성격상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막힘이 없다" 반면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을 하면 "약해지고 속박되고 방해받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정해야만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은 "우리의 몸", "우리의 평판", "우리의 공직"이다. 우리의 평판.

P.S. 한국의 블랙리스트 작가인 한강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2024.10.9 Ex.Libris HJK

그녀는 메모도 책도 초조함도 없이 우리 앞에 서 있었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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