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 배우자와 사별을 직접 상상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홀로 남겨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은 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경험한 가장 깊은 외로움은 젊은 시절 자취할 때였다.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지쳐 늦은 밤 자취방 문을 열었을 때 느꼈던 적막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강아지를 키워볼까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 ‘말 많은 로봇’이 집에 들어오는 시대가 되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돌봄 로봇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인형 같았다. 솔직히 '노인들이 인형과 대화를 나누며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누가 보면 부끄럽지 않을까? 약간 억지스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내가 느끼는 외로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고독이 노인들에게는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자취 시절의 외로움 정도로는 그 감정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럽게 다가왔다.
책 속에서 돌봄 로봇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식사나 복약을 챙기고, 대화를 통해 정서적 교감을 시도하며, 시설 담당자들에게도 관리 편의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AI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영상을 찾아보니 기술이 주는 새로움과 가능성이 더욱 실감 났다.
이 책은 단순히 ‘로봇이 노인을 돌본다’는 흥미로운 시도와, 우리 사회가 마주할 초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노인들의 시선과 돌봄 현장의 담당자 시선을 함께 담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현실적인 고민을 공유하게 만든다.
읽고 나서 느낀 가장 큰 메시지는, 돌봄 로봇은 인간의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언젠가 홀로 남겨질 나 자신에게도, 이런 로봇이 작은 친구이자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다만, “이게 정말 모든 노인들에게 친근하게 받아들여질까?” 하는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인의 삶과 돌봄, 그리고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에 관심 있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