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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서가
  •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 이디스 워튼
  • 13,050원 (10%720)
  • 2023-03-27
  • : 322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만나고 싶다면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예약 구매를 했다. 모든 책을 예약 구매하지는 않지만 때마침 글쓰기 도반들과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기였고, 무엇보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이란 책 제목이 궁금했다. 이 에세이의 원제는 The Writing of Fiction이다. 사뭇 다른 느낌의 제목을 앉힌 이유는 뭘까. 번역서의 제목이 품고 있는 뜻은 무엇일까. 번역서의 책 제목에 묘한 끌림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이디스 워튼은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소설 쓰기’에 대해 말한다. 소설은 무엇이며, 단편소설은 어떻게 쓰고 구성하며, 인물과 상황은 어떻게 전개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이 알고 적용하면 좋을 방법들을 발자크, 스탕달,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이해가 잘 되기도 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하기도 하다. 또한 읽은 책을 사례로 언급하면 반갑기까지. 특히 마르셀 프루스트는 5장, 한 장을 할애한다. 이는 “프랑스 문화의 일반적인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문학 지식을 자신만의 특별한 시야와 결합”(160쪽) 하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수용된 형식을 활용하는 것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프루스트만의 힘은 아닐까. 프루스트의 힘은 무엇일까, 도롱뇽일까.

당신이 지핀 작은 불꽃의 중심부가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래서 다른 무언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흔들더라도 독자의 기억 속에 일화를 각인시킬 방법은 없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61쪽)

누구나 소설은 쓸 수 있다. 나도 쓸 수 있고, 당신도 쓸 수 있다. 아니 이미 우리들은 소설가일 수도. 누구나 이야기는 쓸 수 있지만 그 속에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 독자의 마음을 순간 사로잡는 그 무엇은 아무나가 아니다. 이디스 워튼은 이야기 속에는 반드시 이야기의 영혼인 도롱뇽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소설을 쓸 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안내한다. 생생한 도입부로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며, 현재성과 생생함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오랫동안 충분히 바라보고 작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어떤 주제든 그것을 온전히 발현하려면 오랫동안 품고 생각하며 창작자가 길러온 모든 인상들과 감정들로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내면을 충분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라는 이디스 워튼의 메시지이기도. 자신을 마주하고 부서질 수 있는 내면을 가질 때 진정한 독창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독창성은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 있다 하니 말이다.

이 책은 1925년 생이다. 100여 년, 한 세기가 되었다. ‘소설 쓰기’의 고전인 셈이다. 문학도 아니고 에세이가 100여 년, 고루하고 진부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단언컨대, 진부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 반짝반짝 통통은 아니지만, 100여 년 전의 이디스 워튼이 짚는 소설의 요소는 현재 소설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디스 워튼은 “소설가가 영원히 고민할 문제는 인물들을 전형적이면서도 개별적으로,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게 만드는 것이다”(149쪽)라고 했다. 이 말은 소설 작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실제로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100여 년 전 여성 작가이다. 충분히 전형적이고 보편적일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이디스 워튼은 개별성과 특수성을 발현해 소설이라는 장르를 탐구하고 논의한다. 이 책은 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가치 있는 모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trotzdem) 성취된 것이다.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183쪽)

당신의 소설에서 도롱뇽을 만나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디스 워튼의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이디스 워튼, 엑스북스, 2023) 은 어떤가. 이 책이 당신에게, 당신의 소설 쓰기에 가치 있는 그 무엇으로 자리 할 수도. 또한 내 삶에 질문이 생기는 독자라면 그저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내 삶의 적용으로 사유할 수도 있다. 내 삶에는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이 있는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어떤 주제로 구성하고 있는지, 나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사유하게 될 터이니.

당신의 소설, 당신의 삶에서 도롱뇽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살아 움직이는 도롱뇽을 만날 수도.


소설의 관행을 다룬다는 것은 가장 새롭고, 가장 변화무쌍하며, 가장 덜 공식화된 예술을 다루는 일이다.-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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