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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서가
  • 나는 힐버트
  • 바두르 오스카르손
  • 9,720원 (10%540)
  • 2021-11-09
  • : 141


어느 날 갑자기 공중에 붕 떠올라 내려오지 못한다면...

공중에 붕 떠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나는 힐버트>는 북유럽 페로제도의 작가 바두르 오스카르손의 최근작입니다. 그는 전작 <나무>에서 힐버트와 밥을 데려와 등장시키는데요. 그렇다면 힐버트와 밥의 두 번째 이야기일까요.

<나는 힐버트>의 원제는 <Hilbert>입니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두고 "무슨 이야기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주로... 힐버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라고 밝히지요. 그렇습니다. 작가가 말했듯이 이 그림책을 처음 보고 읽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독자가 여럿 나올 수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또 읽고 보게 되지요. 그래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작가가 밝혔듯이 그냥 힐버트 이야기입니다. 또 보고 읽습니다. 힐버트도 보고 밥도 봅니다. 힐버트 말도 듣고, 밥 이야기도 듣습니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래서 자꾸 보게 되는 걸까요.

밥, 와서 나 좀 도와줄래?

어느 날 밥은 가게에 들렀다 가는 길에 힐버트에게 문자를 받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밥은 힐버트에게 전화를 하지요. 무슨 일이냐고 묻는 밥에게 힐버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니 자신이 있는 곳으로 그냥 와 줄 수 없느냐고 합니다. 왜인지는 와 보면 안다고 하네요. 쿨한 밥, "그래, 알았어"라고는 바로 힐버트를 찾아갑니다. 이유를 묻지 않고 바로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 밥이네요.


"안녕, 밥"

"안녕, 힐버트"

밥과 힐버트는 서로 안녕이라며 인사는 했지만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 앞에서는 말 문이 막히지요. 둘은 왜 아무 말 하지 못했을까요? 글쎄, 힐버트가 공중에 붕 떠 있네요. 힐버트 말에 의하면 그냥 달리고 높이 뛰면서 놀고 있었을 뿐이고, 그러다 한번 "높-이 뛰었는데" 그냥 둥 떠 버렸다고 합니다. 가스를 마신 것도 아니고, 그저 한 번 높이 뛰었을 뿐인데 둥 떠 버린 후 내려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할 수 있지만, 힐버트를 보고 웃을 수도 없는 참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힐버트는 전작 <나무>에서 이미 자신이 날 수 있다는 걸 말했지요. 하지만 밥도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도 힐버트의 말을 바람에 스치듯 귀담아듣지 않았지요. 설마, 그렇지요 새도 아닌 개 힐버트가 난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하지만 힐버트는 날았던 거지요.

난 원래 나는 법을 알고 있었어.

달려가다가 공중으로 슉! 뛰어오르는 거야.

그러면 날 수 있어!

-<나무>에서

밥은 어떻게 힐버트를 땅으로 내려올 수 있게 할까요? 밥은 그림책 시작부터 들고 다녔던 하얀 당근을 힐버트에게 내밉니다.

이 당근을 들고 있어 봐.

내려 올 수 있을지도 몰라.

밥의 당근은 요술 지팡인가요. 당근을 든다고 힐버트가 내려올 수 있을까요. 그런데 내려옵니다. 밥이 내민 당근을 힐버트가 받아 들자마자 두 발이 땅에 닿았습니다. 힐버트는 이제 집에 갈 수 있다며 기뻐했지요. 하지만 밥은 기쁘지 않았습니다. 왜냐고요? 당근은 밥의 것이니까요. 밥에게 당근은 무엇일까요. 힐버트가 sos를 청했을 때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갔던 친구인데 말이지요.





밥과 힐버트는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면 더 이상 둥 떠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밥은 곰곰이 생각한 후 어디론가 가더니 줄을 하나 가지고 오는데요. 과연 밥은 그 줄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알아채신 독자도 있겠지요. 맞아요, 밥은 힐버트의 발목에 줄을 묶고 당근을 돌려받았어요. 힐버트는 어떤 모습을 하고 집으로 향할까요. 집에는 무사히 잘 도착할까요

이 그림책은 시종일관 힐버트 이야기를 합니다. 바두르 오스카르손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화려하지 않은 색감은 마음을 차분하게 하지요. 담백하다 못해 단순하게 느껴질 정도로 간결한 글과 그림, 그래서 독자들은 더 많은 생각에 잠길 수도요. 단순해서 생각을 더 하게 하는 이 그림책은 반전이 있는데요. 열린 결말은 상상력을 총동원하게 합니다. 역시 바두르 오스카르손입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지만 바두르 오스카르손은 워낙 좋아하는 작가라 지극히 사적인 리뷰입니다.


힐버트는 생각했어요...
조금은 날고 있는 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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